2024-04-26 07:05 (금)
‘도마뱀 꼬리 자르기’
‘도마뱀 꼬리 자르기’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0.05.11 2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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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불법행위 ‘후보와 무관’ 오리발
▲ 박 춘 국 정경부장

 6ㆍ2 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남지역 경합지를 중심으로 금품. 향응제공 등의 부정선거가 판치고 있다.

 지난 3일 경남도선관위는 도내 기초단체장 선거구 4곳과 지방의원 선거구 23곳을 ‘과열ㆍ혼탁’선거구로 지정하고 선거법 위반 감시활동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선관위와 검찰ㆍ경찰이 이들 선거구를 중심으로 부정선거 사례를 적발하고 강도 높은 조사와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후보들의 혐의를 밝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원지방검찰청은 현재 도내 모 기초단체장 후보와 관련한 부정선거 첨보를 입수하고 금품ㆍ향응 제공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시인한 사람은 선관위에 운동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점을 이용해 “자신은 후보를 단순히 좋아하는 사람이지 후보와는 무관하게 식사 등을 제공했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꼬리 자르기식 부정선거가 자행되고 있다. 유권자를 상대로 특정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면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뒤, 문제가 생기면 후보자와 무관하다는 오리발 작전을 펴면서 “자신이 혼자 처벌을 받겠다”는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수사관들의 전언이다.

 공직선거법 115조는 제3자에 의한 기부행위를 규정하고 있지만 부정선거에 가담한 사람과 후보자와의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후보자를 처벌하기는 불가능하다.

 후보자들은 이러한 공직선거법의 맹점을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도내 모 지역에서는 부정선거에 가담할 전문조직을 별도로 두고 비밀 사무실까지 차려놓고 광범위한 불법선거를 자행하고 있다고 한다.

 선관위와 사법당국은 부정선거의 사례를 적발하고 부정선거에 가담한 인물들을 힘들게 찾아낸 뒤 어렵게 이들의 자백까지 받아내도 다음 단계로 남은 후보자와의 연관성을 캐기 위해 또 다른 씨름을 시작해야한다.

 일당을 5만 원씩 주고 불법선거운동을 시키고,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단체관광에서 특정후보의 지지를 부탁하고, 화장품과 구두티켓을 돌려서 검찰에 적발이 돼도 “후보자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자신만 처벌 받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 4년 전 도내 모 지역에서는 특정 시의원을 위해 부정선거를 대신해준 2명의 부정선거운동원이 법원으로 부터 실형 1년을 선고 받았지만 후보자는 무사히 임기 4년의 시의원직을 마쳤다.

 항간에는 이 시의원이 교도소에간 2명의 입을 끝까지 막기 위해 수억 원의 사례를 했다는 소문도 있다.
 법의 맹점을 악용한 부정선거는 후보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고 있다.

 모 단체장에 출마한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부정선거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기자의 질문에 “나하고는 무관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부정선거를 도맡아 오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무관한 사람(?)은 지금도 유권자들에게 이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고 있고, 선거사무실에 출근까지 하면서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부정선거 뒤 적발되면 후보와 무관하다고 오리발을 내고, 문제가 심각하면 대신 교도소를 가고, 후보가 당선되면 사후를 보장받는 악순환이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3자 기부행위’를 가장한 불법 선거운동이 이뤄지고 있는 한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문화의 정착은 요원하다.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증을 받은 선출직 단체장ㆍ지방의원이 유권자를 위해 저지를 또 다른 부정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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