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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에게도 초심은 필요하다
유권자들에게도 초심은 필요하다
  • 허균 기자
  • 승인 2010.05.04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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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균 사회부장

 한나라당 경남도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김해시장 후보 공천자를 발표한 뒤 첫 월요일인 3일. 이날 오전에는 김종간 현 시장, 오후에는 박정수 공천자와 지지자들이 시청사를 장악(?)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앞서 도당 공심위는 지난달 30일 박정수 생명나눔재단 이사장을 김해시장으로 전략 공천했고, 낙천의 고배를 마신 김종간 현 시장은 이날 지지자들과 함께 공천불복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 시장의 지지자들은 2층에 마련된 시장실을 가득 메웠고, 발 디딜 틈이 없게 되자 장소를 대회의실로 옮겨 김 시장을 연호했다.

 기자회견 전 김 시장은 대회의실을 찾아 이들을 달랜 뒤 프레스센터에서 한나라당 김해시장 후보 공천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같은 시간 김 시장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프레스센터 앞 광장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고, 기자회견을 마치고 온 김 시장을 향해 ‘김종간, 김종간’을 연호했다.

 이날 오후 2시. 공천을 받은 박정수 예비후보도 공천확정 기자회견을 위해 같은 장소인 프레스센터를 찾았고, 같은 시간 프레스센터 앞 광장에는 박정수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몰렸다.

 이들 역시 김 시장의 지지자들이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박 공천자를 둘러싸고 ‘박정수, 박정수’를 연호했다.

 두 집단은 시간의 차이와 지지후보는 달랐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모습을 연출해 시청 공무원들과 시민들의 눈길을 모았다.

 특히 현 시장이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김해시 공무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치보기에 바쁜 표정이다.

 공무원들은 이번 선거에서 2층 중앙 사무실의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에 끝나지 않고 지금 시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또는 어느 쪽으로 줄을 서야 할 지 안절부절하고 있다.

 김해시의 한 공무원은 “박 공천자가 수일 내 사무실을 개소한다고 하는데 참석을 해야 할 지 모른 체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 시장을 따르자니 한나라당 공천자가 걸리고, 공천자를 따르자니 자신을 임명해 준 현 시장이 걸리는 모양이다.

 굳이 관권선거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무원들이 자신의 인사권을 쥔 수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 마음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을게다.

 자신의 인사권을 쥔 공무원들이 갈팡질팡하는 이유는 조금이나마 이해하겠지만, 시청사를 찾아 편을 가르는 지지자들의 속내는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선거 당선자들이 측근과 연루된 각종 비리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는 모습을 너무 많이 접해 왔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겐 자신을 지지해 줄 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당선된 뒤에는 발목을 잡는 것도 이 세력이다.

 만에 하나라도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단체장이 된 뒤 그의 측근이 되어 이권에 개입해 보려는 의도가 있는 지지라면 곤란하다.

 아니 지지자들도 처음에는 단순히 후보가 좋아서 또는 후보의 공략이 좋아 지지를 하다가도 당선 된 이후 돌변해 여러 가지 이권에 개입하려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들은 너나없이 초심(初心)을 잃지 않겠다는 말을 한다. 선거가 끝난 뒤 당선자들이 초심(初心)을 유지해야 하는 것처럼, 그 당선자를 지지했던 세력에게도 초심(初心)은 반드시 필요하다.
 후보시절의 지지세력은 선거 뒤 당선자가 시정을, 혹은 의정활동을 지혜롭고 활발하게 펼칠 수 있는 좋은 원동력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6ㆍ2지방동시선거가 한달이 채 남지 않은 지금 눈에 띄는 지지세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심의 눈초리도 단순 기우에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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