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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들여 상 받는 단체장과 공천
혈세 들여 상 받는 단체장과 공천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0.05.02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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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받는 CEO대상 수상’, ‘여당만 좇는 해바라기성 단체장’, ‘규정을 무시한 업무 추진으로 벌금형’ ‘수년간 사귄 내연녀 통해 비자금관리’. 위조 여권을 들고 해외로 도피하려다 붙잡혀 구속된 당진군수가 지방자치제 이후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다 나락으로 떨어진 사례다.

 6ㆍ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민종기(59) 당진군수는 2008년 한 시사경제지로부터 ‘2008 한국의 존경받는 CEO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또 2007년 또 다른 시사주간지로부터 ‘올해의 인물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당진군을 비롯해 전국 246개 시장ㆍ군수의 절대다수는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상을 받았다. 이후 “자치단체마다 돈을 주고 상을 받았다”는 구설수에 시달렸고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 문제를 꺼낸 것은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전국은 물론이고 경남도내 시장ㆍ군수들도 그 당시 상(賞)복이 터졌기 때문이다. 경남도내 시ㆍ군의 청사마다 큼직하게 걸린 현수막, ○○대상 수상 등의 대부분이 돈 주고 받은 상이다.

 참 슬픈 일이다. 1970년대 초등학교 치맛바람도 아니고 시장ㆍ군수가 상을 받기 위해 주민의 혈세를 건네주고 상을 받다니. 응징해야 마땅하다.

 속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대다수 주민들은 수상결과만을 가지고 자치단체장의 치적이나 능력을 평가할 수도 있다. 주민을 위해 써져야 할 예산이 상을 받는 데 사용된 것은 주민을 기망하는 처사다.

 어느덧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자치단체장들은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이다.

 돈을 주고 상을 살 수는 있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은 살 수 없다는 것을…. 이들이 돈을 쓰면서까지 상을 받는 이유는 외부기관 상을 단체장이나 기관장의 경영 실적에 대한 일종의 ‘인증서’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상 받은 사실을 홍보해 연임이나 재선, 또는 다른 자리로 옮기는 데 유리한 ‘치적’을 만들려는 삐뚤어진 욕심이 근원이다.

 경남도민들은 이를 경계해야 한다.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최근 2년간(2007∼2008년) 자치단체나 단체장의 수상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경남은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최고 많은 수상 건수를 기록한 데 이어 수상과 관련해 홍보비나 광고비, 심사비 등의 명목으로 지출한 금액도 전국 자치단체 중 1위를 차지했다.

 경남도와 도내 기초자치단체가 정부, 언론, 단체 등으로부터 상을 받은 건수는 555건이며 경남은 평균 22.9건으로 전국 3위다.

 수상과 관련해 예산이 사용된 규모는 73건에 6억 8866만 원을 지출, 평균 3443만 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국 지자체 평균 1946만 원 보다 1.5배 가량 많았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수상 비용 중에는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의 부스 설치 등 불가피한 비용이 포함돼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전반적으로 상이 남발돼 공신력이 떨어지고, 수상을 전제로 광고ㆍ홍보비 등에 예산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상과 관련해 김해시, 고성ㆍ합천군 등 5개 지자체는 단 한 푼의 예산도 지출하지 않아 대조적이다.
 이 같은 수상행위자 다수가 이번 지방선거에도 출마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당진군수를 계기로 이런 이들은 유권자의 마음은 살 수 없다는 것을 도민들이 보여 줘야 한다.

 충남 시민사회단체는 “충남이 전국적인 부패의 상징이 되어 국민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비통함을 넘어 허탈감마저 느끼고 있다”면서 “이런 자를 군수후보로 공천을 확정한 정당이 대한민국의 집권당인 한나라당이라는 사실도 어처구니없다”고 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각종비리와 수뢰혐의로 감사원에 적발된 후 민종기 충남 당진군수의 공천을 부랴부랴 취소했다. 따라서 상 많이 받았다고 자랑하는 그 시장ㆍ군수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이 요구된다.

 감사기관이나 감독기관의 의지만 강하다면 이런 잘못된 행태는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경영 평가에 이런 수상 실적이 반영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당장 해야 할 일이다.

 정기 감사 때 수상 과정을 반드시 살피도록 제도화해 ‘돈 주고 상 받기’가 드러나면 실무자 경고 따위가 아닌 단체장이나 기관장에게 결격사유에 준하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

 만약 돈 건넨 수상 이력을 자랑스럽게 주창할 시장ㆍ군수가 있다면 이는 교만이다.

 지적ㆍ도덕적 균형상실과 판단력을 잃는 휴브리스(hubris)증상에 빠진 수상자들, ‘오만의 덫’은 지도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함정이란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혈세를 제돈인 양 건네주고 상을 산 단체장들이 또 다른 우(愚)를 범할 까봐 걱정이다. 도민들은 정말 걱정이다. 그래서 선거를 통한 페널티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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