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00:29 (토)
‘나 아니면 일꾼이 없다?’
‘나 아니면 일꾼이 없다?’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0.04.0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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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사는 대체로 부서별 데스크가 돌아가면서 칼럼을 쓰고 있다. 필자는 정치와 경제 두 가지 분야를 전담하는 정경부 데스크를 맡고 있어 소재가 풍부할 것 같지만 글감이 없어 동료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원고마감이 임박해오면 “소재가 다양한데 왜 글을 자주 쓰지 않느냐”는 따가운 시선이 두렵다.

 칼럼쓰기는 편집과정에서 취득한 정보와 취재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정리하고 시대상을 반영해 논평까지 담아야 하니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느끼는 고통은 그래서 산모의 산통에 비유할 만하다.

 산통을 거듭해 찾아낸 글감은 우리의 세금을 지켜주고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를 끌고 갈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다.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면서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우리의 삶 속에 가장 중요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단연 정치이며, 정치는 선거로부터 출발한다.

 6.2 동시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정당별로 공천을 신청한 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과 심사가 한창이다. 아울러 배수압축을 위한 여론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일부 후보들의 독선과 자만이 필자를 힘들게 하는 일이 가끔 있다. 객관적 시각을 아무리 동원해도 후보들 가운데 지지도가 최하위인 후보가 “무조건 내가 1등”이라고 우겨대는 모습에서는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찾기가 힘들 때가 많다.

 “나만 유능하고 나 아니면 시장ㆍ군수가 될 수 없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자만심으로 비쳐진다.

 자신보다 경력도 화려하고 경륜과 학식도 뛰어나고 지역구내 인지도와 지지도가 높은 후보는 부적격자이고, 자신만이 공천을 받고 당선이 될 것이라는 ‘희망사항’을 넘어 “반드시 내가 당선될 것”이라는 자신감(?)의 근거를 물어보면 친하게 지내는 몇몇의 지인이 부추겨주는 공치사와 조금 알고 지내는 주변 인사들이 던지는 ‘기분 좋은 칭찬’이 유일하다.

 지역 국회의원들과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필자와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공감’을 나누기도 한다.

 한 국회의원은 “지역구에서 ‘존경과 지지’ 보다는 ‘비난과 지탄’의 대상인 인물들이 공천을 신청하고 ‘나 아니면 일꾼이 없다’고 고집을 피우는 모습에서 유권자들에게 출마자를 걸러주는 공천제도의 장점을 발견하기도 한다”고 귀띔한다.

 또 다른 국회의원은 “지역구에서 ‘특정후보를 이미 내정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아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하소연을 한다.

 자신만 최고이고 상대에게는 관심도 없는 자만심으로 가득한 후보들이 만들어 내는 유언비어에 필자와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는 공감이 좋은 기분이 아닌 이유는 뭘까?

 물론 지지도나 인지도가 낮고 배움이 짧아도 지역사회 일꾼으로 얼마든지 도전장은 낼 수 있지만, 시작은 타인을 존중하는 겸손의 자세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본지가 실시한 경남지역 일부 단체장들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 이후에 한 후보의 항의 전화는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모습이다. 몇 년 전 보궐선거에서 모 지역 후보는 지지도가 4명 중에 꼴찌로 나온 이유를 필자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소송으로 필자를 협박하던 이 후보는 실제 선거에서 여론조사결과 보다 더 낮은 득표율인 꼴찌로 선거를 마친 후에 연락이 두절됐다.

 본지는 여론조사를 전문기관에 의뢰하고 있다. 또 실시한 여론조사는 응답자의 상세한 답변내역과 연락처를 6개월간 보관하고 있다. 여론조사 대상 후보가 이의를 제기 하면 응답자를 상대로 확인이 가능하도록 선거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를 알려고도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 알고, 남은 안중에도 없는 ‘자만 가득한 후보’에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라는 옛말을 들려주고 싶다.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의 지도자는 아집과 독선을 버리고 남을 배려하고 남을 존중하는, 나보다 남이 더 뛰어날 수 있다는 낮은 자세를 최우선 덕목으로 갖춰야 하지 않을까? 6.2 지방선거에 출마한 모든 출사자들에게 묻는다.

박춘국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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