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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물이 올라오고 가슴이 쓰려요”-위식도 역류질환
“신물이 올라오고 가슴이 쓰려요”-위식도 역류질환
  • 경남매일
  • 승인 2010.04.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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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고 서양인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질환 ‘위식도 역류질환’이 최근 들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권에서 대표적인 생활병으로 급격히 대두하고 있다.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회식, 술자리, 늦은 시간 음식섭취 등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속이 쓰리고 이따금씩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을 호소하는 ‘위식도 역류질환’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내원한 주부 김모(32)씨도 평소에 속이 쓰리고 신물이 자주 올라와 약국에서 구입한 제산제를 몇 달째 복용해 오다가, 최근에는 밤에 명치끝이 바늘로 콕콕 찌르듯이 아파 자다 깨는 경우가 많아져 위염이나 협심증이 아닐까 의심돼 병원을 찾은 경우였다.

   이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며, 목으로 신물이 자꾸 넘어오면 대부분 심장이나 위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평소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 주부라면 섣부른 자가 진단보다 소화기내과에서 정밀 검사를 한번쯤 받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음식물을 먹게 되면 입을 통해 식도를 거쳐 위로 넘어가는데 이때 위와 식도 사이는 음식물을 거꾸로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괄약근이 있다. 이 괄약근이 느슨해져 위산이 거꾸로 올라오게 되면 식도에 염증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 같은 상태를 통틀어 위식도 역류질환이라고 한다.

 식도 괄약근은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음식을 먹거나 트림을 할 때에만 열리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 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느슨해지면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고 역류한 위산이 식도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게 된다.

 위식도 역류질환의 전형적인 증상은 신물이 넘어오는 산 역류 증상과 가슴중앙을 따라 목구멍 쪽으로 타는 듯한 느낌의 가슴쓰림이다. 이러한 증상은 길게는 2시간 정도 지속될 수 있고 음식을 먹을 때 심해지기도 하며, 통증과 함께 음식물이 역류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위식도 역류질환은 대다수 환자들이 단순한 속쓰림, 소화불량과 같은 잘못된 자가진단 통해 치료효과가 없는 위장보호제를 복용하면서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병을 키운다.

 속이 쓰리거나 소화가 안되면 우선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진단을 위하여 내시경 검사, 24시간 식도 산도검사 등을 시행하는데, 검사를 통해 내시경으로 식도, 특히 위와 식도가 만나는 부위를 자세히 관찰해 염증과 관련된 병변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으면 대부분 위내시경 검사에서 이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내시경 검사를 해도 식도 점막에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형적인 위식도 역류질환의 증상만으로도 진단은 가능하고, 여기에서 역류성 식도질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다른 질환과는 달리 일단 발병하면 식습관의 조절만으로 완전히 좋아지지는 않고 약물치료를 시행하여야 한다.

 위식도 역류질환에 있어서 치료의 목적은 역류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한 증상을 효과적으로 없애주며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위산분비억제제가 치료의 근간이 되며 약물에 대한 치료반응은 좋은 편이지만 재발이 잘 되는 질환이므로 유지요법을 해야 될 경우가 많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병이지만 적절한 시기에 약물을 복용하고 식습관 조절이 뒤따른다면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거나 심한 후유증을 일으키는 병은 아니다.

 대부분 한 번 증상이 좋아지면 자신의 병이 다 나았다고 생각하나 위식도역류질환은 만성질환의 성격이 강해 약을 끊고 나서 재발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당장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통증 때문에 식사나 수면 등 기본적인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며,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익수 김해사랑병원 내과ㆍ호흡기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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