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6:05 (수)
교장 없는 중학교의 불안한 ‘항해’
교장 없는 중학교의 불안한 ‘항해’
  • 허균 기자
  • 승인 2010.03.31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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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은 너무나 유명해 누구나 알고 있는 속담이다.

 뭇 사람의 입(말)을 막기가 어렵다는 중구난방(衆口難防), 어중이 떠중이 모임으로는 아무런 일도 성사시키지 못한다는 오합지중(烏合之衆)과 유사한 말이다.

 그러면 사공이 아예 없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노질을 하는 사공이 없다면 그 배는 배의 존재가치가 없다. 배는 있지만 사공이 없는, 학교는 있지만 학교장이 1달 여간 부재인 경우가 김해 장유에서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학교법인 장유학원의 장유중학교가 학교장 없이 1달여 동안 불안한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장유중학교의 전 교장은 지난 2월 28일 명예 퇴임했고 차기 교장을 선임해야 하는 해당 재단 이사회는 내부 의견대립으로 교장선임 문제를 지금까지 의결치 못하고 있다.

 학교를 대표하고 내부 운영에 관한 최고 결정권자인 교장이 부재인 이 학교는 학교장의 부재로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받는 것은 물론, 새학기 준비가 재대로 되지 않는 등 내부운영이 불안한 상태다.

 특히 외부와의 교류가 힘들어 대외 업무가 올 스톱 상태다.

 사정이 이런대도 지역교육전체를 관장하는 김해교육청은 “사립학교인 장유중학교의 교장 임명권이 이사회에 있어 교육청이 개입할 수 있는 문제”라며 한 발짝 물러난 모습이다.

 교육비리 근절 대책으로 교육부는 교장의 절반을 공모제로 뽑겠다하고 각종 비리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서울교육청은 교육비리단절의 의지로 관내 전 초.중.고에 대해 교장공모제를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의 방침과 서울교육청의 행동으로 미뤄보면 올바른 교장만 있다면 어느정도의 교육비리는 잠재울 수 있다는 답을 얻어 낼 수 있다.

 사립학교 교사임용에는 1억 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학교 공사를 하려면 교장에게 잘 보여야 한다. 교사들이 촌지를 받아 교장에게 상납을 한다는 등의 무수한 소문이 무릇 사실이겠냐만은 장유중학교의 교장공석이 자신들의 이(利)를 위한 이사들의 사심으로 비춰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공자는 논어의 맨 첫머리에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구절을 사용했다. 이 구절에서 ‘학습’이라는 단어가 생겼다고 하니 학습이 주목적인 학교는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어야 한다. 

 가장이 없는 가정에 즐거울 일이 없듯 학교의 가장으로 대변되는 교장이 없는 학교에 즐거울 일이 없다. 사공이 없는 배가 목적지 안착을 약속할 수 없듯 장유중학교의 교장부재는 장유중학교라는 배가 표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유중학교는 지난해 경남교육청이 공모한 전 교과를 교과교실제로 운영하는 선진형 4개 학교 중 1개교로 선정돼 15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현재 건물 공사 중이다.

 “학교가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교장이 없어 학교나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우려스럽다”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학교법인 장유학원 이사회가 새겨들었으면 한다.

허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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