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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토론회, 공천장벽 뚫는 검증기회로
후보자 토론회, 공천장벽 뚫는 검증기회로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0.03.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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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국
정경부장
 지방자치단체를 끌고 갈 단체장·지방의원 등을 선출할 6.2 지방선거가 석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예비후보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어깨띠를 두르고 시가지 여기저기를 누비며 명함을 돌리는 모습이 선거의 계절을 실감케 하고 있다.

 선거의 계절이 마을 어귀까지 다가와 대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예전에도 그랬듯이 이번선거도 정책은 실종되고 공천을 위한 줄서기만 만연하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이번에도 일꾼을 자임하고 나선 후보자 대다수는 자신이 당선되면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인물인지를 시원하게 알리지는 못하고 있다는 게 유권자 다수의 평가다.

 특히 이번 선거부터 단체장 예비후보자는 공약집을 발간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아직까지 경남도선관위에 신고한 후보가 한명도 없다는 사실은 후보자들이 꼼꼼한 준비 없이 표만 받아 어찌 한번 해보겠다는 속셈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후보자들의 불성실한 태도도 문제지만 지방정부를 이끌 수장과 지방의원 도전자들의 능력과 인물 됨됨이를 가늠할 마땅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뛰어난 행정경험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 출사표를 던져도, 정당공천에서 유권자 의사와는 무관하게 걸러지는 게 현실이다. 이들은 유권자 선택을 받을 최소한의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 정당정치가 뿌리를 내린지 오래됐지만 한나라당을 비롯한 유력 정당들은 지방선거에서 인물과 능력위주로 공천자를 결정하기 위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공천시스템을 아직까지는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유력 정치인들은 후보들의 인물과 능력보다는 개인적 친분이나 혈ㆍ학ㆍ지연 등을 먼저 따지고 자신에 대한 충성도를 공천자 결정의 중요한 잣대로 삼는다. 이들은 명분으로 정당기여도를 내세우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의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은 공천에 유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도당위원장, 공심위원, 당내 유력인사 등을 통해 공천을 구걸하고 있다.

 이들은 공약개발과 자신을 알리기보다는 소속 정당의 유력 인사들과 교분을 다지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들을 찾아 줄대기에 혈안이다.

 심지어 김해시장에 출마한 후보가운데는 출마기자회견에서 “지역의 최고 정치 지도자인 국회의원을 존중하겠다”는 약속(?)까지 하고 있다.

 선거구민의 표심을 잡기보다는 공천을 받기위해 혈안인 후보들을 통해 이 땅의 풀뿌리 민주주의의 한계와 모순을 발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일부 유권자들과 주요정당 국회의원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연고주의도 유능한 인재의 등용을 가로막고 있다. 사람의 됨됨이와 능력은 뒤로 하고 ‘타지출신 배제’를 부르짖고 있다.

 아무리 화려한 경륜과 능력을 소유한 인물일지라도 자기지역 출신이 아니거나 지역 내 초ㆍ중ㆍ고교 출신이 아니면 일단 배제하고 보는 뿌리 깊은 연고주의야 말로 우리사회의 발전과 민주주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후보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토론회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공중파 채널을 확보한 유력 공영방송사 위주로 그것도 정당공천이 확정된 후에 선거일이 임박해서 후보자를 가늠할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답시고 요란만 떨고 있다. 시늉만 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지난 18대 총선 기간에 지역 인터넷방송사와 공동으로 후보자 토론회를 기획, 신문지면과 인터넷 동영상으로 토론회 전 과정을 중계했다. 독자와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능력을 가늠해볼 저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보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당시의 일들을 기억해보면 왠지 개운치 않은 점들이 몇 가지 있다. 현역의원들이 도전자들의 공격을 의식한듯 참석을 거절하면서 반쪽 토론회로 전락했다. 또 참석한 후보들 가운데 몇몇은 유리한 위치에 좌석을 배정해달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하고 발언기회를 먼저 달라고 진행자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필자가 몸담은 경남매일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경남지역 관심지를 중심으로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후보자 토론회를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공약을 중심으로 한 정책 대결의장으로, 자신의 능력과 인물 됨됨이를 알리는 장으로, 후보자 검증의 기회로 만들기를 제안한다.

박춘국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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