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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여당이 분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친이ㆍ친박간 골이 깊어졌다. 위기를 느낀 청와대가 여권에 발언 자제를 당부하면서 일단 날 선 공방은 수그러든 상태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국민투표설까지 흘리면서(?) 물꼬를 트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야권의 반발만 사고 말았다. 청와대가 국민투표를 검토한 바 없다고 국민투표설을 부인하기에 이르렀다.
현재로선 세종시문제가 어떻게 가닥이 잡힐 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태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각계의 입장을 정리해보자. 우선 청와대는 어떻게든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원안에서 ‘행정중심’이라는 세종시 성격에 변화를 꾀하려 한다.
친박계는 예의 원안고수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그 배경에는 대선때부터 시작돼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청와대와 친이계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야당 입장은 명쾌하다.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내부에서 야당무용론까지 나올 정도로 여권에 끌려가던 처지에 이만한 호재가 어디 있겠냐는 것이다.
더구나 충청권,더 나아가 수정안에 반대하는 지방의 무시할 수 없는 여론이라는 확실한 우군을 업고 있는 데야 말할 것도 없다. 세종시에 관한한 청와대의 완전한 항복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밖에 달리 볼 것도 없다. 충청권은 어떤가. 원안고수와 실리만 있다면 수정도 괜찮지 않느냐는 입장으로 갈린다.
세종시 문제가 이토록 꼬이게 된 것은 우선 청와대가 이 문제가 안고 있는 의외성과 폭발성을 간과한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가 들고 나온 수정안도 지역균형발전에 목말라해온 지방의 염원에 찬물을 끼얹기 딱 좋았다.
지방(물론 일부이긴 하나)과 기업, 건설회사도 반응이 적어도 시원찮거나 노골적 반대다. 남의 일처럼 생각했던 대다수 국민들도 수정안이 나온 이후 심정적이나마 이해당사자가 돼버렸다. 한마디로 청와대의 계산과 달리 전선이 확대될대로 확대되어 버렸다.
흔히 정치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고 한다. 원칙도 타협도 모두 중요하다. 원칙없는 타협은 혼란만 가져오고 타협없는 원칙은 비루하다고 했던가. 최근 박근혜전대표의 지지도 추락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대다수 국민은 싸울 때 싸우더라도 대타협을 이끌어내 정국을 잡아가는 경륜의 정치를 목말라 한다. 싸우기만 하고 서로 손을 잡고 만세하는 모습을 본 지 기억조차 하기 어렵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크나큰 감동과 기쁨, 마치 내 일인 것처럼 느끼게하는 감격을 안겨줬다.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 그 감격의 정점을 우리는 맛 보았다.
2002년 월드컵 4강신화를 이루고서 우리는 그 에너지를 대한민국의 저력으로 삼고자 하는 국민적 공감이 있었다.
이번 동계올림픽의 쾌거는 월드컵신화 못지 않은 거대사건이다. 식민지에서 벗어나 경제와 민주주의를 동시에 거머쥔 유일한 나라, 피원조국에서 원조국이 된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은 세계의 역사를 새로 써왔다. 이제 동계올림픽의 역사를 새로 쓴 우리가 정치의 새역사를 쓰지 못할 이유가 없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에서도 김연아 효과를 기대한다.
오태영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