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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등에 올라탄’ 창마진 통합준비위
‘호랑이 등에 올라탄’ 창마진 통합준비위
  • 김동출 기자
  • 승인 2010.01.28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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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출
창원취재본부 부장
 창마진 통합시의 명칭 및 통합청사 소재지를 결정하는 시민 공모안이 마련되고 향후 추진 일정 등이 윤곽을 드러냈다. 27일 오후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준비위(통준위) 제3차 회의에서다.

 이날 회의에서는 통합시 명칭과 소재지를 동일 안건으로 처리하는 제2차 회의 결정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여, 명칭과 소재지를 단일 안으로 진행키로 했다.

 이 일정에 따르면 28일부터 당장 명칭 및 통합시 소재지 시민공모에 들어가게 되고 공모는 내달 3일까지 7일간 진행된다.

 통준위는 이런 결정을 하면서 일정이 빠듯하다고 보고 3개 시에 구성된 통합시 실무지원단으로부터 각 시별로 이미 준비된 청사 소재지 후보지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받아 사전에 자료로 확보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문단이 시민 공모안 중에서 통합시 명칭 10개, 통합청사 소재지 5군데를 추려 통준위에 넘기면 통준위에서는 통합시명 5개, 청사 소재지 3군데를 압축해서 시민공청회와 3개 시민 선호도 조사, 3개 시의회 의견 청취 등을 통해 내달 19일쯤 최종 확정하는 순으로 향후 일정이 진행된다. 말 그대로 급물살을 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창마진 3개 시가 통합하는 큰 얼개가 사실상 한 달여 만의 짧디 짧은 시일 안에 결정되는 셈이 된다.

 창마진 통준위가 현판식을 갖고 출범한 것은 지난 14일의 일이다. 이날 도청에서 현판식과 더불어 제1차 회의를 개최, 위원장을 선임하는 등 위원회 구성을 마친데 이어 26일 제2차 회의에서는 통합시 명칭과 통합청사 위치를 단일 안으로 결정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어진 27일 회의에서는 이 같은 안을 시민에 공모하는 ‘안’을 통과시키게 된 것이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서둘러야만 살아가는 사회에서 살게됐나”싶은 소회에 빠져들었다.

 잘 알려져 있듯 통합시는 인구 108만 명이나 되는, 말 그대로 ‘메가 시티’로 탄생한다. 통합시 탄생을 맞는 3개 시의 시민은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엄청난 변화를 직면하게 된다. 당장 현재 ‘우리 시’에 있는 시청은 ‘구청’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인데, 구청에서는 과연 무슨 일을 할 것인지도 잘 모른다.

 또 각 시에 별도로 설치돼 있는 문화예술회관은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진해 군항제와 마산 가고파 국화축제, 창원의 ‘창원 페스티벌’은 그대로 개최될 지 등등 3개 시 시민의 일상에 닥쳐올 변화는 변혁을 벗어나 거의 충격에 가까울 것이다. 따라서 3개 시 지역 주민 간의 이질감과 갈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계층별로 불거질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분석하는 일도 시간을 두고 진행돼야 한다.

 통합은 아무리 신중을 기해도 지나침이 없을 터인데, 기자의 눈에는 현재 진행되는 통합 작업이 마치 ‘번개불에 콩 튀겨먹는 격’ 정도로 보였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3개 시 시민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통합시 청사 소재지 결정도 마찬가지다. 통합시청 청사를 새로 건립하든, 3개시의 기존 청사를 역할 분담하거나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든, 이런 방안들도 논의가 됐어야 했는데, 그런 과정은 없었다. 현재 진행형으로 보면 제3의 장소를 물색, 통합청사를 건립하자는 쪽이 확정적이다.

 참고로 신청사를 건립하려면 최소 600억에서 800억 가까운 국민 세금이 소요된다. 1997년 9월 통합을 이룬 3려(여수시ㆍ여천시ㆍ여천군)는 통합 13년이 되도록 통합시 새 청사를 건립하지 않고있다. 물론 창마진은 그쪽과 상황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모자라거나 없다고 해서 새로 뚝딱 마련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급하게 서두르는 것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는 없을 터이지만 서두르다 보면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못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가 범띠 해여서일까. 3차 회의까지 지켜본 기자의 소감은 통준위가 꼭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상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호랑이는 통합을 주도하는 행안부 같아 보인다.

김동출 창원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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