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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실천’이 필요한 시기
‘나눔의 실천’이 필요한 시기
  • 승인 2009.12.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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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기획특집부장
 다사다난했던 기축년도 끝자락이다. 올해는 무엇보다 지속된 경기불황으로 모두들 어려운 한해였음에 이견이 없을 듯하다.

 살을 에는 추위와 함께 찾아오는 것은 우리주변의 어려운 이웃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다. 시기에 맞춰 본지가 추진하고 있는 희망나누기 프로젝트도 본격 진행되고 있다.

 본지의 희망나누기 프로젝트는 첫 번째로 미트콘드리아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김해 장유 수진이네의 슬픈 사연을 소개했다.

 어린나이에 미트콘드리아병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수진이도 수진이지만 아버지 또한 간암에 걸렸고 암세포가 여러 곳으로 전이되고 있다니 참으로 딱한 사정이다.

 이에 생명나눔재단은 지난 15일부터 수진이네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가 너무나 미미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수진이네의 가슴 아픈 사연이 기사화된 이후 장유의 한 봉사단체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수진이네를 돕고 싶은데 금액을 얼마나 해야 할 것인가를 묻기 위한 전화였다.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는 답변을 하고 수화기를 놓았다.

 바쁜 일상 때문인지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못했다. 이글을 통해 수진이네를 돕기 위해 나선 장유의 봉사단체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은 수진이네 뿐만이 아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어려운 이웃이 어느때보다 늘어났다. 병에 지쳐 있는 사람부터 의지할 곳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는 독거노인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추운 겨울 복지시설이나 어려운 이웃, 독거노인 등이 겨울나기가 더욱 어려워졌지만 경기불황의 여파로 이들에 대한 사랑의 손길이 갈 수록 줄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가정의 가난과 불우시설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현실은 결코 자랑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자력으로 극복하기가 너무도 어렵다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다. 어느 순간 우리도 그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을 외면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정이나 불우시설 이용자들은 이 겨울을 그저 따뜻하게만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잘 안다. 그리고 이웃에 대한 그저 그런 작은 관심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행정적인 지원처럼 그들에 대한 작은 관심이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을까하는 조바심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연말이면 우리는 한해를 말끔히 털어 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대체적으로 씀씀이가 늘어난다. 지독하게 어렵기만 한 국내외 불경기는 너무나 당연한 이 예측을 빗나가게 했다.

 이 때문인지 중산층들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붕괴위기에 처한 중산층들의 소비 줄이기 노력은 실로 눈물겹다.

 하지만 이들의 소비 줄이기 노력은 불우이웃에 대한 사랑도 식게 만들었다. 위기에 처한 우리 이웃들은 우리의 사랑과 관심이 줄어든 만큼 몸을 더욱 웅크려야 한다.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러하지만 기부를 몸소 실천하면서도 얼굴을 나타내지 않는 천사들도 적지 않다. 수진이네를 돕기 위한 성금모금에도 이름 없는 천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분명 우리 사회의 귀감이며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용광로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어려운 이웃은 멀리 있지 않다. 남을 돕는 일도 그다지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꼭 거창할 필요도 없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수십억 원의 기부금이 아니다. 단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눔의 실천이며 주위를 한번쯤 돌아보는 자상함이다.

 입김을 호호불어 그들의 언 몸을 잠시라도 녹일 수 있다면, 아니 그들에게 든든한 백그라운드인 후원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역할을 다 하는 게 아닐까 싶다.

허균 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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