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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공천제, 또 기대가 무너지는가
지방선거공천제, 또 기대가 무너지는가
  • 승인 2009.12.20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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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공천제 유지는 당리당략
지방자치ㆍ분권 빈말에 그쳐
지역주민에 선택권 돌려줘야

 ‘꿈도 꾸지 마라’는 말이 있다.
 기대해서도 안 될 일 생각하지도 말란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국민이 싫어하는 정당공천제를 유지토록 한 것에 대한 지적이다.
 지방선거에서 각종 폐해의 단초로 지적받고 있는 정당공천제 폐지를 갈망한 그 기대를 정치권의 탐욕이 깡그리 뭉개버렸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영남권은 한나라당, 호남권은 민주당이 충청권은 00당 등 깡그리 또는 선거판을 거의 석권하는 형 상황에서 정당공천이 곧 바로 당락을 결정짓는 것과 관련, 이의 혁파를 기대한 국민들은 정치개혁을 위한 개혁특별위원회인지 개악특별위원회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는 주장이다.
 국회가 시ㆍ군 등 기초의원과 시장, 군수인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한마디로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배신행위다. 국회가 2010년도 예산안을 두고 한 치의 양보 없이 여야가 대치한 가운데 유독 정당공천제 유지에는 짝짜꿍인 것은 왜인가.
 국회의원 모두가 공천권을 빌미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좌지우지하고 지방정치를 장악하는 ‘기득권’을 버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뭐하려 가동했느냐는 소리가 높다.
 특히 정당공천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부패와 비리의 온상인 데도 이를 없애지 않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당공천제는 그 폐해가 너무나 심해 기초단체장들마저 폐지 주장과 함께 서명운동을 벌였다. 원로들도 시국선언을 통해 이들의 주장을 전폭 지지했던 사안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지만 국민 대다수가 폐지를 찬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여당이건 야당이건 모두가 나 몰라라 하면서 눈을 감고, 귀를 꽁꽁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국회 정치개혁특위 여야 간사는 최근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존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치개혁특위가 일부 비합리적인 선거법을 개선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핵심사안인 정당공천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4년 전 책임정치 구현과 정당정치 발전을 위해 공천을 허용한 이후 풀뿌리 민주주의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높다.
 책임은 눈치 보기로, 정당은 정치자금 접수대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 아닌가. 그러다 보니 줄서기와 각종 비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선 4기 출범 이후 3년 간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받거나 사퇴한 기초단체장만 전체의 15%에 달한다.
 지금도 곳곳에서 수사 중이란 소식이 들려 향후 그 비율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추정될 수 있다.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는 1995년 지방자치 부활 때부터, 기초의원은 2006년에 도입됐다. ‘정당에 의한 책임정치’를 구현한다는 취지였다.
 그 기대는 물거품이었다. 지방선거 공천권은 국회의원이나 특정 정당의 정치적 이권으로 전락하고 부정과 비리의 단초가 됐다. 공천헌금 때문에 문제가 된 정치인도 한둘이 아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호남과 영남은 물론 충청권에서도 능력이나 자질과 무관하게 특정 정당 후보들이 시장ㆍ군수는 물론 기초의원까지 휩쓸었다.
 따라서 특정 정당이 단체장과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지방의회가 비판과 견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리 만무하다.
 한마디로 지역주의가 한국 정치의 문제라는 자탄의 목소리에도 선거 때면 되살아난 병폐다. 공천 비리와 잡음, 중앙정치의 부당한 간섭과 통제, 지역정치권의 눈치 보기와 줄서기로 지역의 발전은 외면당하고 있다. 공천이 곧 당선인 현 선거판을 두고 주민은 일꾼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토록 강요당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역의 대표 일꾼을 뽑는 선택권을 지역주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정당공천제 유지는 오만이요 탐욕이다. 공천권을 수단으로 한 영향력 확대로는 지방분권은 빈말에 그칠 뿐이다. 또 지방자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를 위해 정당의 분권화가 필요하고 정당공천제 폐지는 이에 기여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박재근 칼럼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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