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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로 물갈이 될 경남지역 시장ㆍ군수
‘대나무’로 물갈이 될 경남지역 시장ㆍ군수
  • 박춘국 기자
  • 승인 2009.12.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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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국
정경부장
 정치판 돌아가는 모양세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4대강 예산과 세종시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정당공천제와 정치자금 등 정치관련 법안들은 슬그머니 합의처리하려는 여야를 보고 있자니 그렇다는 얘기다.

 15일 공직선거법 개정을 다루고 있는 국회 정치개혁특위 여야 간사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ㆍ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정개특위 야합’이다.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미루면서 ‘최악의 국회’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18대 국회가 국민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유독 정치관계법 개정에는 적극적인 모습이다.

 초당적인 야합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자 정작 정치관계법의 주요 추진 과제인 후원금 모금 허용, 지구당 부활은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관계법을 놓고 여야가 ‘은밀한 거래’를 진행 중인 와중에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은 더더욱 가간이다. 시장군수들을 싹쓸이 수준으로 물갈이하겠단다. 정당공천제를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발표가 나면서 시장님과 군수님들이 좌불안석이다.

 경남의 한 의원은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지역발전을 위해선 바꿔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역대 지방선거에서도 최소한 30~40%는 물갈이 됐다”며 “상징적인 의미에서 개혁공천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고 선언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전략공천 등으로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교체될 때 기초단체장들의 ‘싹쓸이 물갈이’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이때 대거 교체된 의원님들은 이전 국회의원이 공천했거나 무소속으로 당선된 기초단체장과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지역구 관리가 제대로 안 돼 2012년 총선 때 자신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기위해 걸림돌이 되는 시장과 군수는 갈아치운다는 이야기다.

 내손으로 뽑은 민선 시장. 군수를 내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이 제 맘대로 바꾼다는 말에 유권자들은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자신과의 불편한 관계’, ‘조직의 안정’을 위해 ‘공천 물갈이’는 불가피하다는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패거리인가 의구심이 든다. 이들은 장기집권을 위해 지식인들을 옥에 가두고 언론을 탄압하면서 헌법을 바꾸던 그들의 선배들을 따라가고 있다.

 특정 정당의 지지도가 높은 경남지역 지방선거에서 공천의 위력은 ‘대나무를 꼽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대신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조직(?) 강화를 위해 시민여론조사 꼴찌들을 시장ㆍ군수 후보로 대거 공천했다.

 지지도와 인지도가 높은 후보는 후일에 자신의 금배지를 위협하고 지시를 어기고 위계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이유다. 의원님 보다 못한 시장ㆍ군수를 꼭두각시로 세워두고 동내정치까지 흔들어 보겠다는 속셈에다 재선에 삼선까지 가기 위한 포석이다.

 투표를 통해 냉정한 심판을 유보했던 유권자들은 또 한 번 때늦은 후회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공천권을 쥐고 동내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재방송처럼 또다시 멍한 눈으로 지켜볼 날이 다가오고 있다. 어쩌면 우리동내 시장과 군수는 대나무가 될지도 모른다. 반년도 남지 않았다.

박춘국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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