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7:55 (금)
국회, 왜 이러십니까
국회, 왜 이러십니까
  • 박재근 기자
  • 승인 2009.12.13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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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 국회 … 안건 처리 2%
자기지역 챙기기에는 솔선
대화ㆍ타협의 상생정치 절실
박재근
취재본부장
 정치권,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인가. 2010년도 예산안은 헌법상 처리시한(12월 2일)을 또 넘겼으니 말이다.

 예산안은 무려 7년째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기는 오명을 안게 됐다. 18대 두 번째 정기국회가 100일간의 회기를 끝내고 막을 내렸지만 총평은 낙제점이다. 정기국회 중 국정감사와 예산안, 법안 처리 등 세 가지 현안이 있었다.

 이 가운데 그나마 처리된 것은 국정감사 정도다. 291조 원이 넘는 새해 예산안 심의는 법정시한을 넘겼다.

 안건도 제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국회가 처리해야 할 의안은 4700여건에 달했지만 처리된 안건은 100건 가량에 그쳤다.
 4대강 등 국토해양위원회 예산안이 표결과정 없이 의결돼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우려했던 대로 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예산안 심의를 위한 임시국회를 소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올 정기국회는 세종시와 4대강, 미디어법 논란으로 100일 동안 파행을 거듭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안건은 4735건(법안 4593건 포함)이나 되지만, 정기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은 108건으로 200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프간 파병,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서울대 법인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처럼 국익이나 국가경쟁력, 민생과 관련된 법안들이 ‘정쟁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국회 폭력근절 및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네 탓 공방만 일삼고 있다.

 30일간의 12월 임시국회가 개회됐다. 그러나 4대강 예산과 노동법 개정안 같은 쟁점 현안에서 여야 시각차가 여전해 연말 국회 파행과 함께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길 우려도 없지 않다.

 이런 와중에도 가관인 것은 제때 처리하지 못한 예산안이 국회 각 상임위원회를 거치면서 들쑥날쑥 예산으로 바뀌었다. 여야 모두가 제몫 챙기기에 바빠 누더기로 변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12개 상임위원회는 2010년 예산안을 정부안보다 무려 7조 650억 원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예산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기 주머니 챙기기에 여야 모두가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의 정부 예산안은 민생, 일자리 대책, 4대 강 등 국책사업 추진과 더불어 재정적자를 줄여야하는 이중삼중의 어려움으로 편성할 때부터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 이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이 그 어느 때보다 그만큼 어려웠다는 반증이다.

 그런 예산안이 국회 상임위를 거치면서 지역구 표를 의식, 어려운 재정상황은 뒷전인 채 예산 나눠먹기, 끼워 넣기가 횡행, 예산안을 누더기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그 표본적 상임위가 국토해양위원회로 그 행태는 민망할 정도다. 4대 강 예산을 놓고 핏대를 올린 여야 의원들은 도로ㆍ철도 등 지역구 예산 3조 4000억 원을 챙겼다고 한다. 그것도 비공개 회의를 통해서였다니 국회는 정말 국회인가 보다. 안 되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이 같은 입장은 다른 상임위도 마찬가지여서 향후 타 상임위까지 합하면 10조 원에 이를 전망이라니 정말 놀랍다. 언제까지 이런 구태가 재연돼야 하는 것인지 정말 안타깝다.

 국회의 예산 심의기간이 20일도 채 안 되는데 반해 150~200일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애당초 치밀하고도 세밀한 예산심의를 기대한 것 자체가 기대난인가.

 이 같은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의 원칙도 사라져 버렸다는 지적이다. 비단 예산뿐만이 아니다. 국회가 민의의 전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야당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고, 야당 역시 예산안과 민생을 챙기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또 제몫 챙기기에 바쁜 국회의 잘못된 예산 심의 관행,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국회는 상생의 자세로 경제와 민생을 챙겨야 한다. 헌법상 처리시한은 넘겼으나 해는 넘기지 말아야 한다. 임시국회, 낙제점 정기국회의 전철은 안 된다. 그래야만 세상이 다 변하는데 대한민국 국회는 왜 그 모양인가란 지적을 면할 수 있다.

박재근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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