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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 특단의 대책 세워야
병역비리, 특단의 대책 세워야
  • 박재근 기자
  • 승인 2009.09.27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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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부유층의 병역면탈 행위는 사회통합 걸림돌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신(神)의 아들로까지 불린 병역면탈, 이제는 없는 병을 만들어내는 병역 비리로 진화해 각계각층에 만연,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병역 의무의 기피는 개인 및 특정 집단의 비리 차원을 넘어 사회의 통합, 국가의 존립 문제에 이어질 수 있는 죄질이다.

 1960~1900년대 사회특수층의 전유물로 치부했던 병역비리가 2000년대 들어 사회 일반으로 확산, 심각함을 더하고 있다.

 희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병원 진료를 대신 받게 하는 ‘환자 바꿔치기’란 신종 수법이 등장하는가 하면 멀쩡한 어깨를 훼손해 탈구 수술을 받는 등 그 수법 또한 기묘하다.

 이 같은 수법은 인터넷을 통해 병역 면제나 신체검사 일정 연기를 주선하고 돈을 건네받는 전문 조직까지 적발됐다. 병역비리가 근절되기는 커녕 거의 매년 빠짐없이 반복되는데다 그 수법까지 날로 진화하고 있다.

 경찰청이 밝혀낸 환자 바꿔치기 수법에 ‘병역 연기 사이트’가 이용됐다니 정말 놀랄 일이다. 또 전국단의로 확대되면서 용의자가 1000명을 넘을 것이란 추정이다. 병역비리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병 중 하나다.

 또 병역비리는 국기(國基) 차원의 범죄행위다.

 그런데도 병역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병역 회피를 특권인 양 여기고 병역을 마치는 것을 오히려 손해라고 보는 풍조 탓이 크다. 그 일차적 책임은 일부 공직자나 부유층 등에 있다.

 2003∼08년 적발된 병역 비리 혐의자 가운데 그렇게 분류될 수 있는 사람이 전체의 60% 정도였다. 그때마다 당국은 엄중 처벌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하지만 부정, 비리를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군 입대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여건만 되면 군복무를 피하겠다고 응답했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우리 사회 전반에 병역 의무를 지키는 것은 손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도 그 단초다.

 그동안 인사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탈세, 논문표절에 덧붙여 고위공직자와 가족의 병역비리가 주요 관심사가 돼 왔다. 그때마다 국민들은 우리나라에는 고위공직자와 가족들 중에서 병역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은지 의아해 했다. ‘합법적인 병역기피’가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갖곤 했다.

 사회지도층이 국가적 의무를 앞장서서 떠맡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어디로 갔는지 개탄의 목소리도 높다. 그래서 한때 고위공무원, 대기업 총수를 비롯한 고액 재산가, 연예인, 운동선수 등 사회지도층의 병역 의무를 관리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 뿐 제대로 논의조차 안 돼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꼴이다. 특히 지도층의 병역 면탈행위는 사회통합에 커다란 걸림돌이라는 인식을 갖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결과다.

 대다수 병역의무 대상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치유하고 병역의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토 정립과 그에 따른 인센티브도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

 설령 위법은 아닐지라도 고위 공직자의 상당수는 자신이나 아들이 병역 면제자이기도 하다. 병무청 통계로는 장차관급 인사의 11%, 여야 국회의원의 18%가 병역 면제자라고 한다. 합법을 가장한 병역기피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대다수 병역 의무 대상자들로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기회가 되면 어떻게든 군복무를 피하려는 분위기는 이런 토양에서 배태된 것이다. 병역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이번 비리에서도 예외 없이 그런 사람들이 거론된다. 공직자나 부유층의 병역 면탈 행위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다.

 그동안에도 이들 계층의 병역 의무를 관리하기 위한 특별한 법적ㆍ제도적 장치 마련이 거론됐지만, 번번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됐다.

 또 터진 병역비리, 먹이사슬 구조를 도려내야 한다. 병역비리를 반사회적범죄라는 인식의 틀 속에서 ‘공공의 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다. 병역, 의무를 다한 자가 존경받는 사회의 성숙함이 요구된다.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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