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가장 많은 축제가 열리는 계절을 앞두고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생긴 일이다.
알다시피 9월과 10월은 지역축제가 줄줄이 열려 지방경제활성화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플루 여파로 무려 400여 개의 행사가 취소ㆍ축소되거나 연기돼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지역홍보와 수익증대 효과를 동시에 놓쳐버리게 생겼기 때문이다.
공들여 축제를 준비해온 지자체들로선 그동안의 노고와 부풀었던 기대가 수포로 돌아갈 상황에 처했다.
이처럼 축제의 계절을 잃어버릴 위기에 빠진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신종플루의 감염 확산이 우려되므로 축제 등 각종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라는 지침을 내린 지 열흘도 안돼 번복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3일 연인원 10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이틀 이상 계속되는 행사를 원칙적으로 취소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는 행사를 연기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라고 지침을 내려보냈다.
이런 방침은 감염예방 조치를 시행하기 어려운 실내행사만 취소ㆍ연기하고 옥외 행사는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개최 여부를 결정하라는 내용으로 11일 갑자기 달라졌다.
축제 등 대규모 행사의 개최를 다시 허용한 것이다. 각종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지자체들이 정부의 일관성 없고 신중치 못한 대처에 불만을 표시하는 건 당연하다.
정부 지침의 향방에 따라 지자체들로선 이리저리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신종플루 확산의 우려도 우려려니와 이 지침을 어겼다가 문제라도 발생하면 재정적 불이익 등 책임을 묻겠다는 중앙정부의 압박을 무시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같은 지침이 축제 행사의 취소와 연기를 강제한 셈이다. 하지만 추상 같은 지침은 1주일여 만에 크게 누그러졌다.
만 5세 미만의 영유아나 65세 이상 노인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제외하고는 개최할 수 있게 길을 터준 것이다.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갑작스런 취소와 연기가 여러 모로 타격을 준다는 지적이 나와서라지만 섣부른 지침 발표와 번복으로 정부 방침의 신인도가 떨어지고 갖가지 후유증도 야기될 수 있어 안타깝다.
정부의 지침은 온 국민에게 직접적이고 막대한 영향을 즉각적으로 미친다. 그런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조변석개하듯이 쉽게 결정되고 번복되면 혼란과 불신을 자초하기 마련이다. 과도한 공포감을 조성해 최악의 경우에 지게 될 책임에서 미리 벗어나보자는 행정편의주의도 곤란하다.
신종플루 확산을 막으려는 고충은 이해되나 그렇다고 하여 주로 야외에서 열리기 마련인 축제를 일률적으로 열지 못하게 사실상 강제한 건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
세련된 행정은 국민생활의 편의를 최대한 도모하면서 사태의 악화를 세련되게 예방하는 것이다.
한번 김이 빠져버린 축제행사를 재추진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그나마 일찍 번복돼 다행이라는 긍정적 자세로 각 지자체들은 분발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