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2:09 (금)
물가관리, 유통구조의 혁명에서 찾자
물가관리, 유통구조의 혁명에서 찾자
  • 박재근 기자
  • 승인 2009.09.13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시용 대책 이제 그만
행정력 의존 관리 한계
농산물 유통 개선 시급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추석은 코앞인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민들을 옥죄고 있다. 농산물은 물론, 공산품 등 모든 물가가 일제히 수직상승세다. 특히 농수산물은 큰 폭의 오름세에도 불구하고 정작 생산 농어민들의 얼굴은 밝지 않다. 또 소비자는 살인적 오름세로 한숨이 깊다.

 이는 유통구조의 비효율성으로 생산 농어민은 헐값에 처분, 생산비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정작 소비자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 비싼 값에 구입, 서민 가계를 휘청거리게 만들고 있다.

 정부와 경남도 도내 시ㆍ군 등 모든 지자체는 추석을 앞두고 생활물가 안정대책을 내놨다. 우선 추석 성수품과 개인서비스 21개 품목 물가를 3주간 특별 점검하고 값이 뛰는 농축수산물은 공급을 2배로 늘리기로 했다.

 또 농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수급 상황에 대한 예보를 강화하고 농가와 소비자 간 직거래를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대형마트 내 주유소를 늘리고 유류 공급 가격 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방안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에 대한 가격 담합 같은 불공정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추석이나 설만 되면 으레 내놓는 전시용 물가 단속이나 립서비스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활물가 안정은 서민을 위한 중도실용정책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일회성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적인 처방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상품과 서비스의 비효율적 유통구조를 바로잡는 일이다. 산지에서 공급 과잉으로 값이 폭락한 농축산물을 소비자들은 엄청난 바가지를 쓰고 사먹어야 하는 유통체계를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 수입과 생산ㆍ유통 전 과정에 걸쳐 모든 경쟁제한 요소를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 유류 제품처럼 생활물가에서 비중이 큰 품목에 대한 공급가격 정보 공개 확대는 보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여야 할 것이다. 농산물의 시장 유통 경로는 품목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생산자 → 수집상 → 도매시장(중도매인) → 소매상 → 소비자의 최대 5단계 순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 같은 비효율적 유통구조는 생산자가 수취하는 비율이 50%에도 못 미치게 만들고 있다. 직접 작물을 재배하고 키우는 농민들의 이익이 유통 과정 중 발생되는 비용에 비해 채 반을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농사를 지으면 빚만 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익이 발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산물유통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풋고추, 마늘, 양파, 대파 등 조미채소류의 경우 농가수취는 38.4%에 그치고 61.6%가 유통비용(직접비 17.0%, 간접비 19/7%, 이윤 24.9%)이란 것이다.

 또 사과, 배, 단감, 포도, 복숭아 등 과일류도 농가수취는 46.7%에 그치고 이윤을 포함한 유통비용이 53.3%에 달한다. 장미, 국화 등 화훼류도 농가수취는 42.2%, 유통비용은 53.3%로 나타났다. 수취비용이 50%를 넘는 것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으로 수취비용은 59.3%, 유통비용은 40.7%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이른바 ‘MB물가’로 불리는 52개 품목의 물가관리도 별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이들 품목 중 지난 8월 물가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오른 품목이 43개에 이른다. 파(67%) 우유(20%) 설탕(16%) 식용유(14%) 배추(12%) 달걀(10%) 도시가스(9%) 쇠고기(8%)를 비롯해 5% 이상 뛴 품목만 15개에 이른다. 이는 행정력에 의존하는 물가관리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환율 안정과 절제 있는 통화정책도 중요하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달러당 원화 환율은 작년 동기 대비 32%나 뛰었다. 그만큼 수입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원자재 가격 상승압력이 커진 탓도 있다. 또 사재기도 단속해야 한다.

 그러나 고비용의 유통구조로는 올 추석의 물가관리도 립서비스에 그칠 수 있다. 생산자는 제값 받고 소비자는 헐값에 구매토록 하는 유통구조의 혁명에서 물가관리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