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과 비교해도 삼성그룹과 한국전력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공룡기업으로 새출발하게 된다.
초대 사장에 내정된 이지송 전 현대건설 사장이 설립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통합작업에 속도가 나고 있다고 한다. 양 공사의 통합은 10년 이상 시도와 무산이 반복된 국가적 난제였으나 이번엔 관련 법까지 마련돼 힘을 받게 된 만큼 신속하고 차질없는 준비를 통해 공기업 선진화의 표준 모델로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합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업무중복 및 과잉경쟁에 따른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일 게다. 주공과 토공은 지난 1962년과 1975년에 각각 설립돼 주택공급과 토지개발에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34개 분야에서 업무가 겹칠 정도로 비슷한 일을 앞다퉈 추진하면서 과잉투자를 비롯한 부작용을 키운다는 진단을 받아왔다.
통합법인이 일반 기업과 경합하거나 공적 영역에 맞지 않는 사업을 과감하게 민간에 넘기고 아웃소싱도 주저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대형 아파트 분양이나 주택관리사업, 집단 에너지 관리사업, 중소규모 택지개발 사업 등은 통합추진위에서 이미 결정한대로 더 이상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통합법인의 부실한 재무구조는 기능 재조정이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양 공사의 총부채는 86조원으로 한전과 가스공사 등 덩치가 큰 공기업 10여개의 부채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한다. 총부채 규모가 2년뒤엔 100조 원까지 늘어나고, 금융부채만 하더라도 5년뒤엔 200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하루에 이자만 수백억 원씩 나가는 일이 벌어질 것은 뻔한 일이다. 부채는 이전 정부에서 혁신도시 등 다양한 국책사업을 한꺼번에 추진하면서 늘어난 면도 있지만 그대로 방치해 예산으로 원리금을 갚아줘야 하는 가능성은 미리 차단해야 할 것이다. 기능 개편과 함께 현재 7300여 명에 이르는 인력 구조조정도 확실하게 단행해 군더더기 없는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통합법인이 순조롭게 출범하기 위해서는 양 공사의 이질적인 문화도 잘 조화시켜야 한다. 수십년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분위기와 통합 추진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무리없이 융합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양사 임직원들이 워크숍 등을 통해 무지개떡 같은 화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본사를 어디에 둘지도 주공이 이전키로 한 진주나 토공이 옮기기로 한 전주 시민들의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일부에선 통합법인의 부실을 줄이기 위해 수익성 있는 사업은 없애지 말고 존속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한다.
보금자리주택을 조기에 확대 공급하기로 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통합법인의 구조조정이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출범까지 한달밖에 남지 않았고 해결이 급한 과제도 산적해 있지만 저항 때문에 체질개선과 거품빼기를 못한 통합은 졸속을 부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사장 내정자가 현대건설 재직시 보여줬던 솜씨를 거침없이 발휘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성공적인 출범이 다른 공기업 개혁에도 모범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