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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화합 향한 출발점 삼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화합 향한 출발점 삼자
  • 박재근 기자
  • 승인 2009.08.23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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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와도 같았던 삶
대통령 되어 큰 족적 남겨
국민 화합 이루는 계기로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김대중 전 대통령, 마지막 일기를 통해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밝혔다. 격동의 세월을 이겨온 그는 민주ㆍ평화를 일궈낸 인동초(忍冬草)다. 김대중 15대 대통령은 우리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영원히 떠났다. 한국 정치의 거목이 사라졌고 국가 원로를 잃었다.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국민들의 발길 또한 전국에서 이어졌고 세계 주요 정상들도 애도를 표했다. 그의 족적이 컸다는 방증이다. 김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은 그 자체가 곧 한국 현대사다. 우리 정치가 걸어온 길목마다, 국민이 겪어온 영욕의 고비마다 김 전 대통령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졌다.

 그러나 우리정치사에서 그만큼 好惡(호오)가 극명하게 갈리는 정치인도 드물었다. 이에 반해 고난과 역경의 민주화 투쟁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고 탁월한 리더십은 큰 족적을 남겼다. 현대사의 신고(辛苦)를 견뎌낸 거목이었기에 국민들은 4번의 대권 도전을 수용,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忍冬草(인동초)같은 그의 정치 인생은 1970년대와 80년대 온 국민이 캄캄한 밤길을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엄혹한 시절, 김 전 대통령은 존재 자체만으로 국민에게 길을 밝히는 불빛이었다. 두 번 투옥의 6년 감옥살이, 10년 가택 연금, 일본에서 납치당한 뒤 바다 수장 위기, 군사재판 사형 선고, 외로운 망명 생활 등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투쟁은 고난과 역경 그 자체였다. 그의 삶은 어느 한 순간도 떼어놓을 수 현대사로 압축되어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수난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민주화 열망을 키웠고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이뤄냈다. 군사정부의 반대편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그는 정치인의 정점인 대통령이 되었고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으로 노벨평화상도 수상했다.

 그는 평생 투쟁과 박해, 패배와 승리, 화합과 갈등의 수레를 타고 역사의 축을 이어왔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문이 열린 1987년,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신군부의 권력승계를 허용하는 결과도 낳았다. 민주화 세력의 집권 기회를 날려버린 책임의 반을 안고 가야 했다. 1990년 노태우ㆍ김영삼ㆍ김종필의 3당 합당에 맞서 투쟁, 마침내 98년 대통령이 됐고 여야 간, 영ㆍ호남 간 권력교체란 역사적 숙제도 달성했다.

 대통령에 당선돼 물려받은 이 나라는 백척간두에 서 있는 부도 직전 상태였다.
6.25 이후 최대 국난으로 불린 경제위기에도 심혈을 기울여 외환 위기에서 탈출 시켰다. 김 전 대통령의 필생과업인 남북 관계에도 매진, 금강산 관광길을 열고 분단 반세기 만에 남북 최고지도자가 두 손을 맞잡았다.

 반목과 충돌로 일관한 남북 관계를 화해와 공존의 길을 턴 역사적 대사건이었다. 하지만 그가 추구한 햇볕정책에는 대북 퍼주기 논란과 함께 진정성만큼 방법론은 성숙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상회담뒷돈, 대북 유화책은 논란과 갈등도 몰고 왔다.

 또 국가적 통합의 기대에도 막판에 민주화 세력의 리더로 떠올랐던 ‘투쟁의 과거’를 연상케 한 행동을 촉구, 아쉬움도 남는다. 한국 현대사에서 완벽한 지도자는 없다. 다른 정치인과 무게는 다를지라도 김 전 대통령에게도 功(공) 過(과)가 병존한다.

 역사 속으로 떠나간 김 전 대통령, 아! 이제 그의 연설에 열광한 추종자, 그리고 반대자들 모두가 김 전 대통령을 떠나보냈다. DJ문병 정국, 조문정국은 화합을 향한 역사의 메시지다. 생전에 그토록 염원했든 화합과 통합을 향한 역사발전의 장을 열자. 우리에게 남은 건 공존속의 건전한 경쟁이다. 여야, 지역 간, 계층을 뛰어 넘어 모두가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하늘나라에서 영혼이 우리와 함께하기를 기원하며 영원한 안식을 빈다.

 김수환 추기경과 노무현 16대 대통령, 김대중 15대 대통령까지 하늘나라로 간 올해 우리나라는 유난히 큰 별들을 많이 잃었다. 국민이 짊어진 마음의 상여를 화합으로 달래주길 기대한다.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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