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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제품의 성능에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있다. 발병 자체가 사망을 예고하는 암은 물론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이에 병세가 악화돼 결국 폐, 간, 심장 등 특정 장기를 올 스톱 상태로 만드는 ‘정맥성 혈전증’에 대해서도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병든 정맥 내 굳은 혈액 덩어리가 다른 장기로 옮겨가 혈관을 막고 끝내 장기의 기능을 망가뜨리는 정맥성 혈전증의 비중이 무려 24%에 이른다니 무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많이 알려진 하지정맥류가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질환이다. 여성은 두 명에 한 명, 남성은 네 명에 한 명 꼴로 흔하게 발병하지만, 대개 모르고 지나치거나 아예 방치하다가 결국 다리를 쓰지 못하는 합병증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하지정맥류란 보통 다리의 힘줄이 굵어졌다고 말하는 질환인데, 정맥 기능의 이상으로 혈액흐름이 막혀 혈관이 병적으로 확장된 것을 말한다. 비유를 들자면 부산~서울간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해 수십 시간을 기다려야 할 만큼 극심한 정체가 이어지게 된 것이라 하겠다. 성별(여자>남자), 가족력(유전요인), 생활습관(오래 서서 일하는 직업) 그리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혈관벽 노화 등이 원인인데, 개인적으로는 지구 온난화도 한 몫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겨울에 비해 여름에 혈관이 더 많이 확장되는데 온난화가 늘 따뜻한 기후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어떤 병이든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하지정맥류도 실핏줄만 있는 경우엔 약물 주사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좀 더 진전된 경우라면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혈관 내벽을 태우는 방법이 있다. 일찍 발견할수록 더 적은 수고로 완치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글 머리에 소개한 ‘23 and Me’가 2008년 한 해를 통틀어 전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뽑힌 것도 그러한 조기진단의 중요성 때문이다.
물론 가까운 병원에서 혈관초음파를 이용해 하지정맥류를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귀찮다면 ‘23 and Me’를 하나쯤 구입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다만 정확한 사용을 위해선 능숙한 영어실력이 필요할 듯하다. 물론 ‘진료는 의사에게’란 절대적인 진리는 잊지 마시기 바란다.
박용범 김해굿모닝대홍병원 외과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