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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토기가마와 도자산업
가야 토기가마와 도자산업
  • 승인 2009.07.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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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영
김해시 학예연구사
 김해시는 도자기의 고장으로 이름난 도시다. 김해시는 전국에서 단일 시군으로 가장 많은 도예업체가 밀집한 곳으로 특히 진례면은 세계최초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인 클레이아크미술관과 분청도자기전시관을 비롯해 100여 곳에 달하는 많은 업체수로 인해 한국 도자 산업의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1700여 년 전 가야시대부터 시작된 가야토기-김해식토기의 명맥을 계승하고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차사발로 명성을 떨친 지역적특색을 계승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매년 10월 분청도자기 축제를 개최해 도자산업의 발전과지역경제에도 많은 보탬이 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사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가야시대 명품 토기가 김해지역 고분에서 발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야토기가 김해가 아닌 함안 등지에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을 만큼 김해지역에서는 가마(요, 窯)가 거의 발굴되지 않았다. 간혹 한 두기 조사된 가마도 거의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것으로 발굴 후에는 기록만 남기고 모두 훼손되었다.

 또한 분청사기 가마는 어떤가? 김해(金海)라는 명문이 새겨져있는 분청이 수도 없이 있음에도 가마 위치를 모르다가 겨우 작년에야 그 위치를 알게 됐지만 예산 부족으로 올해 발굴조사 못하고 말았다. 차사발을 굽던 가마는 아예 그 위치도 모르고 있다.

 이래도 김해가 도자기의 고장인가? 아니 도자기의 고장이라고 내세울 수 있겠는가? 백자의 고장 경기도 광주, 이천을 제치고, 청자의 고향 전라도 강진을 따돌리고 전국에서 도예업체수가 가장 많은 김해 진례에서 지난주 우연인지 하늘의 선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장 신축부지에서 가야시대 토기 가마가 발굴되었다. 이번에 발굴된 가마는 길이 710cm, 최대너비 172cm, 최대깊이 159cm로 아궁이와 (연소실,燃燒室), 소성실(燒成室, 토기를 굽는 부분), 연도(煙道,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로 구성되어 있다. 가마내부에서는 가야시대 연질토기와 고배 등이 출토되었으며, 출토유물로 보아 가마의 폐기 시기는 5~6세기로 추정된다.

 보통 가야시대 토기가마는 땅을 파서 바닥을 만들고 천정은 흙과 짚 등을 섞어 만들었기 때문에 천정부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또한 산이나 구릉의 경사면을 이용해 만듦으로 후대에 삭평되기 쉬워 가마 전체 모습이 남아 있는 경우도 드물다.

 그런데 이번에 발굴된 가마는 통상의 가마보다 땅을 깊게 파서 연소실 부분을 만들고 소성실은 지하를 터널식으로 뚫어 만들었다. 대개 이런 구조는 조선시대 기와가마를 만들 때 많이 쓰는 구조로 토기가마에 이런 구조를 사용한 것은 아주 특이한 경우다. 이번에 발굴된 가마는 천정부와 가마 전체가 다 남아 있는 이런 점과 구조 때문에 연구 자료로서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

 그런데 이 가마는 공장 신축으로 인해 땅속에 다시 매몰될 위기에 처했다.

 말로만 김해 도자기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주장하면 과연 누가 믿어 주겠는가? 도자기 축제 때 장사가 잘 된다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경제적 가치만을 생각한다면 이런 가마는 필요 없을 것이다. 싼값에 대량으로 대충 만들어 김해 분청사기를 흉내 내어 상품을 만들고 팔 수는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눈은 갈수록 높아지고 딴 곳의 도자기와 비교해서 구입하기 마련이다. 언젠가는 김해 도자 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을 그 때를 대비해서라도 김해 전통의 도자기에 대한 연구와 새로운 기술 개발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그런 움직임은 클레이아크도 도예업체들도 아예 없었다.

 전통을 팔아먹으면서도 전통을 외면하는 그런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도예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이 가마를 이전 복원하고 지켜내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생각일까?

송원영 김해시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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