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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보도연맹사건’과 정부의 ‘소통’
‘김해 보도연맹사건’과 정부의 ‘소통’
  • 정종민 기자
  • 승인 2009.06.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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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민
사회부장
 김해지역 양민 272명을 무차별 학살한 것으로 드러난 ‘김해 보도연맹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지 6개월이 다 되고 있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ㆍ이하 진실화해위)는 지난 2006년 1월 안모(26ㆍ김해시 진례면)씨 등 유족 75명이 신청한 ‘김해 보도연맹 사건’(김해지역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과 관련, 76명의 무고한 희생사실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심의ㆍ의결하고 올해 초인 1월 5일 신청인들에게 ‘진실규명결정서’를 발송했다.

 진실화해위가 같은 해 10월 조사개시결정을 내린 후 2년여 동안 현지조사와 증언, 정부 자료 등을 확인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내린 이 결정서에는 신청인들이 직시한 희생자 76명 이외에도 조사과정에서 미 신청 희생자 196명의 신원도 확인돼, 공식 확인된 희생자는 272명이라고 밝힌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또 확인자를 포함해 750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했다.

 진실화해위는 따라서 “국가가 무고한 민간인을 법적 절차없이 집단 살해해 지금까지 유족들을 슬픔과 고통 속에 살아오게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며 “먼저 국가가 이 사건의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희생자의 위령제 봉행 및 위령비 건립 지원, 유해발굴과 안치장소 설치 등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김해시지’ 등 공식적 역사기록에 수록할 필요를 직시했다.

 그러나 국가기관인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ㆍ이하 진실화해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등의 사과 및 위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난 26일 ‘김해 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족회 총회가 김해시청 대강당에서 열려 60여명의 유가족들이 모였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자신들의 선친들이 살해됐다는 사실을 국가기관으로 공식 통보받았으나, 정부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심정은 더욱 착잡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희생자 272명의 유가족 가운데 연락이 가능한 유가족은 150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9월중에 위령제를 봉안할 것을 의결했다. 그리고 회비를 염출해 정부를 상대로 재판 등 다각도의 방법을 동원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여기에서 정부가 국민의 억울한 희생에 대한 대응 태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시절인 지난 2007년 11월에 밝혀진 ‘울산보도연맹사건’의 경우, 정부는 2개월만에 대통령이 공식 사과했다.

 2008년 1월 24일 울산 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울산국민보도연맹사건 희생자 추모식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국가권력에 의한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공식 사과하는 형식을 빌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날 행사에는 진실화해위 안병욱 위원장을 비롯해 행정자치부 장관,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울산시장, 여야 국회의원,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정ㆍ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추모의 뜻을 전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하지만 현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진실화해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6개월이 다 되도록 행정안전부 소속 과거사 담당 직원이 한차례 김해지역에 내려와 현지를 둘러봤을 뿐이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당이 바뀌었다고 해서 무고한 양민이 학살된 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과 유족들에게 대하는 정부의 반응과 태도가 이렇게 바뀐 것이다.

 해당 지자체인 김해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의 방침이 정해져야 지자체가 보조를 맞추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항일 것이다.

 해서 이 대통령이 최근 서민과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행보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는 현재를 제대로 추스를 수 없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현 정부에서 저질러진 잘못이 아닐지라도 진실이 규명됐다면 정부는 국가를 대신해 신속히 국민앞에 사과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권이 바뀌었다 할 지라도 정부의 위국위민(爲國爲民)자세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사과하고 위로하는 자세가 바로 ‘국민과의 소통’과도 연결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정종민 기자>

정종민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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