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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각몽’ 號에 나란히 탄 마ㆍ창ㆍ진ㆍ함
‘동상각몽’ 號에 나란히 탄 마ㆍ창ㆍ진ㆍ함
  • 김동출 기자
  • 승인 2009.06.11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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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출
제2사회부장
 사자성어 동상이몽(同床異夢)은 이런 경우에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같은 침대(同床)에 자도 꿈은 다르게 꾼다(異夢)’
 이런 일이 현실 세계 속에서, 그것도 지금 일어나고 있다. 바로 마ㆍ창ㆍ진ㆍ함이라 불리는 마산ㆍ창원ㆍ진해ㆍ함안에서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은 당래지사(當來之事)다. 마땅히 닥쳐올 일이긴 한데 그러나 이는 대기가사(大起家舍)를 위해 할 일은 결코 아니다. 단지 ‘집을 크게 짓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간의 통합을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당장 긴요한 것은 대동지론(大同之論)하는 일이다. 물론 관계법령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라 논의가 성급할 수 있겠으나, 기왕에 지핀 불이니 꼼꼼히 따져볼 건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도 현재 논의가 되고있는 행정통합 방향은 ‘그 쪽으로 가면 (행정의) 효율성이 크게 제고되고 중앙 정부에서도 큰 혜택을 주는 것처럼’ 알려져 있다. “그래서 통합은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게 일부(마산시)의 의견이다.

 이런 일부의 추진은 그럼에도 불구, 진정성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좋을 일이라면 (진작에 하지) 왜 하필 3선 임기의 말에 이런 ‘훌륭한 일’을 추진하게 됐을까.

 우리가 알기로는 이미 각 지자체별로 중복 투자가 된 사업들이 많아 통합이 성사되면 오히려 운영이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질 터인데도, 통합이 이뤄지면 중복투자가 없어지거나 줄어든다니, 이것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마산에 이어 두 번째로 통합논의에 뛰어든 일부 자치단체(창원시)의 변신도 이해범주의 바깥에 있긴 마찬가지다.

 당초 마산시가 이 문제를 꺼냈을 때만 해도, (자치단체간 협의 없는) “논의가 적절치 않다”며 몇 걸음을 뒤로 빼던 창원시가 돌연 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까지 꺼내놓고서는 “향후 우리 시가 주도적으로 통합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한 것은 아무리 잘 생각을 하려해도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비하면 또 다른 자치단체(진해시)의 반응은 차라리 신선하다. 이 자치단체의 장은 “통합이 되면 우리 시가 변두리 지역으로 분류돼 자칫 혐오시설 등을 떠안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분명한 반대의 입장으로 보여진다.

 이 자치단체도 대세의 흐름을 돌리기에 역부족(力不足)인 듯 통합을 위한 TF팀을 가동했으나 ‘통합 보다는 통합 반대의 논리 개발’로 움직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마ㆍ창ㆍ진ㆍ함 중 가장 늦게 통합 TF팀을 가동한 자치단체(함안군)의 반응은 차라리 한편의 블랙코메디를 방불케 한다. 군 행정이 마ㆍ창ㆍ진 쪽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역 군민 7명이 지난 달 마산시청을 방문,“통합에 관해 알고싶다”며 액션을 취한 것이다.

 이날 마산시청을 찾은 이들의 면면도 화제거리다.

 2006년 11월 군수 재선거에 현 군수와 나란히 출마했다 낙선한 前 경남 도의회의장과 조영규 군수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유지하고 있는 마애사 주지 등등 대략만 봐도 현 군수에 반대세력이거나 적대세력들로 보이는 그들이 마산시청을 찾아 “앞으로 통합을 위해 (군민의) 뜻을 모으겠다”고 말한 저의는 무얼까?

 “군민의 행복이 담보되는 길이라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론적 찬성 입장을 밝힌 조영규 함안군수의 속내도 주목거리이긴 마찬가지다.

 군수 취임 이후, 바로 재선을 위한 행보를 보여 온 조 군수가 통합이 과연 함안군의 행복이 담보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랬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이같은 물음에 전 마산부시장을 지낸 한 인사의 지적은 시사할 바가 크다.

 뭐니뭐니 해도 마ㆍ창ㆍ진ㆍ함의 통합을 위해서는 해당 자치단체장의 진정성 담보가 가장 큰 전제조건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는 특히 “3선의 시장을 지내 더 이상 출마가 어렵게 된 마산시장과 통합이 이뤄지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창원시장이 통합시 시장 선거에 불출마할 것을 선언해야만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런데, 말이야 그렇지 과연 창원ㆍ마산시장이 그런 선택을 하려고 할까. 재선을 꿈꾸는 진해시장과 함안군수가 자리에 연연해 하지않을 수 있을까.

 이런 경우를 두고 동상각몽(同牀各夢)이라고 하는 것은 아닐지-.

김동출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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