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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그토록 통곡하는 이유를…
국민이 그토록 통곡하는 이유를…
  • 정종민 기자
  • 승인 2009.06.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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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민
사회부장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우리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거대한 추모의 물결 속에 진행됐고, 그 열기는 국민장이 끝난 지금도 식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치러진 영결식과 노제, 그리고 수원에서의 화장, 김해 정토원 안치를 지켜보던 온 국민은 하루 밤낮을 울었다.

 “대통령님,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당신의 뜻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국민이어서 행복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눈부시게 푸른 오월의 하늘 아래, 축제라도 벌어진 듯한 수십만 개의 노란 풍선들이 하늘을 날았고 노란 종이비행기는 영구차 위에 내려 앉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울었다.

 사진 한 장, 시 한 구절, 노래 한 자락. 그냥 노무현과 관련됐다면 그 이름만으로도 울고 또 울었다.

 육신이라는 이승에서의 마지막 굴레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1000℃에 이르는 화장로.

 이미 죽은 자는 뜨거움도, 아쉬움도, 그 무엇도 느낄 리 없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은 그저 서럽고 또 서럽게 울었다.

 결국 육신은 사라지고 사방 수십cm의 나무함에 태극기에 싸여진 ‘노무현’ 이라는 흔적만 남았지만, 산 사람들은 그래도 아쉬워 좀처럼 보내주질 못했다.

 여기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왜 떠나는 그를 붙잡고 그토록 오열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가 남긴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냉정하게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왜 건국이래 최대규모인 500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고, 서울광장의 추모인파가 50만 명이 넘어서는 기록적인 결과를 낳았는지 말이다.

 한 여인의 남편이자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
 인권 변호사이자 민주 투사, 그리고 전직 대통령. 퇴임후 고향에 정착한 최초의 전직대통령. 그러나 뇌물 사건의 피의자. 이 모든 것이었던 노무현의 죽음.

 국민들은 왜 대통령 재임 시절 인기도 없었고 또 퇴임 후 검찰 수사까지 받은 그를 이렇게 슬퍼하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한쪽에선 정권이 인간 노무현을 죽였다 하고, 다른 한켠에선 내놓고 말하진 못하지만 자신의 목숨마저 마지막으로 내던진 냉혹한 승부사로 여기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노 전대통령의 ‘침묵의 죽음’이 역설적으로 가장 강력한 소통의 장을 열어놓은 셈이 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평소 국민들과 대화하려 했고, 국민 편에 서려했던 정치인이었던 사실이 국민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소환 이후, 대다수 언론의 지탄 속에 국민과의 소통 창구를 잃어버렸던 그가 겪었을 외로움.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후회감. 그래서 결국 그를 잃었다는 상실감이 국민적인 슬픔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내뱉는 언어를 구사하며 다가섰던 인간 노무현의 서민적인 모습과 견주어 볼때 경제 만능론이 대세가 된 현 상황. 그래서 보수로의 회귀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 시국이 국민들을 통곡과 흐느낌이라는 감성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에 불만이 있으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해 답답해하던 사람들이 그가 생전에 추구했던 탈권위와 인권, 반지역주의 같은 가치의 소중함에 다시 주목하게 됐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제 국민들의 애통함을 보면서 산 자들의 숙제는 분명해졌다.

 “고인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마음들이 생산적인 에너지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남은 자들이 이념과 계층을 떠나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해석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현 정부는 물론, 정치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도 정부가 메마른 법치가 아닌 따뜻한 소통을 위한 태도의 변화를 꾀하는 너그럽고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할 때”라는 의견도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정종민 기자>

정종민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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