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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내며…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내며…
  • 정종민 기자
  • 승인 2009.05.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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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민
사회부장
 ‘바보 노무현’이 인생의 항로를 접고, 오늘 저승의 먼 길을 떠난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노동투사를 거쳐 국가 원수를 지낸 그가 격정의 인생을 마감하고 누구도 알 수 없는 긴 여정의 길을 떠나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7일간의 장례기간이 끝나고 마지막 절차인 영결식이 오늘 열린다.

 29일 오전 11시 경복궁 흥례문 앞 뜰에서 치러질 영결식에서 고인은 21발의 조총의식을 뒤로하고 서울을 떠나 수원의 화장터를 거쳐 봉화마을 사저 옆에 마련된 영원한 안식처에 몸을 뉠 것이다. 삼가 명복을 빈다.

 장례기간 동안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빈소가 마련된 봉화마을에 100만 명에 이르는 조문객이 다녀간 것을 비롯해 전국에 설치된 300여곳의 분향소에는 200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들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인파라고 한다. 사상 최대의 조문객이 전국 각지에 몰려들었지만 이번 장례기간에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서거 당시 전직 대통령이 바위에서 투신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경악한 국민들. 그것도 검찰의 수사를 받는 불미스러운 일을 겪던 전직 대통령의 처신에 대해 설왕설래 했지만 조문객들이 보여준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한낮 30℃가 넘는 불볕 더위속이거나 한밤중이거나를 가리지 않고 몇시간씩 참을성 있게 줄을 서서 추모 순서를 기다리는 남녀노소와 팔을 걷어붙이고 자원봉사에 나선 사람들까지 한사람 한사람이 경건한 모습이었다.

 흥분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때문에 불미스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여기서 ‘승부사’로 불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하기 전에 남긴 유서에서 우리 모두에게 당부의 말을 챙겨볼 필요가 있다. “너무 슬퍼하지 말라…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몇번을 읽어봐도 의미가 새롭게 읽히는 대목이다. 평생을 저항인으로 살았던 고인이 남겼기에 더욱 뜻이 깊어 보인다. 화해와 국민통합을 향한 고인의 염원이 절절히 엿보이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분열과 반목보다는 조화와 포용, 화해의 의미를 되새김하는 계기가 됐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이번 일이 커다란 비극이었다는 사실을 지울 수는 없다. 우리 현대사가 온갖 질곡을 헤쳐나오면서 참담한 일을 수없이 겪어왔고 전직대통령들의 수난도 되풀이돼 왔지만 전직 대통령의 투신은 전례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새롭게 풀어야 할 숙제도 그만큼 많이 안긴 셈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의 근본 원인을 ‘제왕적 대통령’에서 찾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운영하다보니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사생결단의 싸움이 벌어질 수 밖에 없고 절대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을 견제할 장치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 주변에서 벌어지는 ‘비리와 부패’를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통령 퇴임 후에는 검찰의 칼날이 전직 대통령을 겨누게 되고 한결같이 오점을 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검찰이 과도하게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대검 중수부는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노 전 대통령 주변 인물들을 남김없이 수사하고 사법처리하면서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이런 ‘몰이식’ 수사방식이 이번 사건에 적합했는지는 의문이며 결과는 ‘전직 대통령의 투신’이라는 모양이 되고 말았다. 이제부터는 그동안의 과정과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검찰 스스로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곱씹어보는 의무를 져야 한다.

 아쉬운 점 한가지도 언급하고 싶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발언과 대변인 전언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차질이 없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때 ‘대통령 담화’와 같은 형태로 애도를 표하고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알렸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또한 정부가 장례절차를 진행하면서 보이지 않는 견제가 있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정종민 기자>

정종민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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