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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노무현,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인간 노무현,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09.05.24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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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정치 기치ㆍ가치
도전의 20년 정치 인생
영원히 가슴에 남을 것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이게 무슨 청천벽력인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 "야~ 기분 좋다"는 말로 귀향의 심경을 표현한 대통령, 그 대통령이 자신이 태어난 마을 뒷산에서 투신, 23일 갑작스레 서거하면서 우리의 곁을 영원이 떠나 하늘나라로 갔다.

 인권변호사로, 청문회 스타로, 바보 노무현으로 불리면서 풍운아 같은 인생역경을 헤쳐온 노무현 전 대통령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는 홀로 떠났다.

 노 전 대통령의 삶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고졸 대통령이 될 때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어느 누구도 감당하기 힘든 길이었다. 서민의 희망이었고 어린들에게는 꿈을 심어준 전직 대통령이었다. 그 풍운아적 삶은 1975년 고졸출신 판사로 부임한 후 7개월 만에 그 직을 떠나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으면서 시작됐다. 1987년에는 대우조선 노동자가 시위도중 사망한 사건에 연루되어 제 3자 개입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 정치인 노무현의 길에 나섰다. 초선의원 시절인 1989년 국회 5공 청문회에서는 `전두환 살인마`를 외치며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의원 명패를 집어 던져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또 지방색으로 덧칠되어 당선이 희박한 정치현실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내걸고 연이은 낙선의 길을 스스로 택해 `바보 노무현`으로 불리기도 했다.
 2002년 노 전 대통령은 민주화 세력을 기반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지나온 길 만큼이나 순탄하지 않았다. 선거법 위반, 국정ㆍ경제 파탄, 측근 비리 등의 이유로 제 16대 국회에서 탁핵소추안이 가결된 2004년 3월 12일부터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한 5월 14일까지 63일 동안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는 첫 대통령의 길도 걸었다.

 또 재임기간 중 386세대로 불려진 측근들의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 청와대에서 집사로 불려진 전 총무비서관, 형 노건평씨가 비리 등 혐의로 구속 수감되고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여사와 아들 건호씨도 검찰 조사를 받아 대통령 가족이 검찰에 소환되는 불명예를 남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의 `포괄적 뇌물수수`혐의를 받아 피의자 신분으로는 전두환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대통령으로는 세 번째로 검찰에 출석했고 조만간 재소환을 앞두고 봉하마을 자택 뒷산에서 투신, 병원으로 이송, 심폐수술을 받았지만 서거했다.

 이 같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년 정치 인생스토리는 충돌과 도전의 역사며 도덕성이 힘의 근원이었다. 그러나 `박연차 게이트`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영욕으로 가득 찬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비극적 선택을 택했다. 그러나 그가 추구한 가치와 발자취는 영원히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비록 퇴임 이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검찰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기록했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중 서거하는 비운을 맞이했다지만 재임 중 그가 추구한 서민을 위하는 길, 깨끗한 정치, 즉 도덕성은 힘의 근원이었고 우리가 계승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죽음으로 남긴 교훈이다.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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