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9:32 (토)
담대한 검찰권을 국민에게…
담대한 검찰권을 국민에게…
  • 박유제 기자
  • 승인 2009.05.19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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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제
정경부장
 ‘박연차 게이트’가 골격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난해 말 이후 우리나라 검찰의 활약이 대단하다 못해 눈부시다. 지역상공인 한 명의 로비사건을 캐면서 전직 대통령과 그 주변사람들은 물론 10여년 전 지방경찰청장을 지낸 사람까지 굴비 엮듯 ‘솎아내기’를 하고 있다.

 반 년 가까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검찰의 ‘화려한’ 수사는 그 정점이 어디인지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위력적이다. 그 만큼 검찰의 ‘칼날’은 지역에서 서울까지, 정치권에서부터 관료집단까지, 심지어 ‘제 식구’까지 광범위하게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치검찰’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어 보인다. 검찰이 고유한 수사권을 행사하겠다는데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이번에도 공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이 불안해지기 시작한 이유다.

 검찰은 당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난 4.29재보선 전 소환할 방침이었다. 그러다 재보선에서 집권여당에 유리하다는 논란에 제기되자 재보선 다음 날로 미루는 ‘선처’를 택했다. 그러면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일정과 정치일정이 무관함을 애써 강조했다.

 유능한 선거 전략가 뺨칠 정도의 이 같은 검찰수사 시나리오는 재보선을 전후해 정치적 분위기를 압도했다.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집권당에 대한 낮은 지지율로 고민했던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여간 고마울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를 하고 있는지 사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혼돈과 불안감에 휩싸이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검찰보다 더 엄정하게 선거에 임했고, 재보선 결과는 여당의 참패였다. 거의 ‘활극’에 가까운 검찰의 질주가 예상과는 전혀 다른 선거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여권의 선거 후폭풍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검찰의 질주도 현재진행형이다. 경남부산지역 국회의원과 전ㆍ현직 광역단체장, 판검사, 전직 국정원 고위간부 등이 이번 주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현 정권에 바짝 엎드린 사람은 없어 보인다.

 반면 여당에 특별당비 수십억 원씩을 제공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선상에서 제외됐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이 입당 시 납부한 특별당비 10억 원, 이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특별당비 30억 원 대납의혹 등에 대해서는 비켜갈 모양새다.

 이른바 ‘박연차 구명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 관계에 대해서는 아예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더하는 이런 분위기는 ‘초상집’이 된 친박연대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18일 구속 수감된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는 이날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회의 결정으로 당시 비례대표 후보들로부터 (당 운영비를)차입했는데, 다른 정당이 하는 차입은 처벌하지 않고 친박연대만 하느냐. 기획된 편파수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대표는 “사법부에 속았다”는 말로 조사과정에서 모종의 함의가 있었다는 뉘앙스로 자신들의 억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언제까지 권력의 시녀가 될 것이냐”고 검찰에 직격탄을 날렸다.

 우리나라 검찰이 정치권력 앞에만 유독 약하다는 것이 어제오늘 사이에 나온 말은 아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검찰권 행사를 선거로 단죄하지만, 새로운 권력에의 편향은 멈출 줄을 모른다.

 이참에 검찰권을 국민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미국이 주(州)검찰청장을 4년마다 선거로 뽑고 있는 것을 예로 제시한다.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주검찰청은 다음 선거를 의식,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려 애쓴다.

 미국의 노련한 유권자들은 주지사와 다른 정당 성향의 주검찰청장을 선출해 견제와 균형을 잡기도 한단다. 냉엄하지도, 그렇다고 감동적이지도 않는 우리나라 검찰의 ‘재주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지방검찰청장을 선거로 뽑을 만큼 아직은 성숙된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선택할 희망은 단 하나밖에 없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과 맞짱을 떴던 검찰의 담대한 모습이다.<박유제 기자>

박유제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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