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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게이트’의 본질
‘노무현 게이트’의 본질
  • 박유제 기자
  • 승인 2009.05.07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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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제
정경부장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 수위가 내주 중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 대한 검찰의 추가조사가 금명간 끝나는 대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가 예상된다.

 검찰의 ‘칼끝’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을 비롯한 여권인사, 전현직 여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검찰과 경찰 등으로 향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 만큼 노 전 대통령과 그의 주변에 대한 검찰수사는 마무리단계라는 뜻일 게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로 시작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가 그에 대한 소환조사로 정점에 닿을 무렵, 정치권은 물론 인터넷 토론방 등에서는 검찰수사에 대한 양비론이 득세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죽은 권력’과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애증이 여과 없이 투영됐다.

 헌정사상 세 번째로 소환조사를 받았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 수위 결정은 그래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원하던 원치 않던 검찰의 결정이 우리나라 정치사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쯤에서 노 전 대통령과 ‘박 게이트’의 프레임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형인 검찰수사가 ‘막장 드라마’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는 불행하게도 ‘미니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인지 검찰의 ‘중계방송식’ 수사에 적극적이었던 보수언론들 조차 이제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한 언론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이뤄진 뒤 ‘소환조사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보도했다.

 이는 헌법이 보장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혐의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않도록 하는 ‘피의사실공표금지’를 검찰 스스로 위반했다는 의미가 된다.

 아울러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일부 ‘정치검찰’의 공명심이 빚은 궤변이라는 한 정당 대변인 논평에도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됐다.

 또 다른 보수언론은 7일자 신문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에 국정원이 개입하고, 심지어 사법처리 수위까지 ‘권고’한 정황을 보도하면서 ‘현 국정원장이 검찰수사를 지휘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파문은 가공할 만한 위력으로 다가온다. 최소한 겉으로는 권력의 도덕성을 정체성으로 여겼던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소환조사로 이미 치명적인 대가를 치뤘다.

 어쩌면 ‘조’ 단위의 엄청난 비자금과 민간인을 학살한 전직 대통령들보다 더 비난받는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면 ‘공명수사’가 원칙인 검찰로서는 ‘현대판 권력의 시녀’ 역할을 했다는 국민의 따가운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 뻔하다.
 오죽했으면 노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문제를 두고 임채진 검찰총장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외압’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해석까지 나올까 싶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경우, 그가 대통령이든 평범한 시민이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받을 권리가 있다.

 검찰도 헌법정신과 입법취지를 법조권력이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서는 안 된다.

 물론 권력기관의 중심에 있다는 국정원의 ‘수사권 개입’도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베일에 가려져 있는 진실을 확인하는 것은 검찰의 권리이자 의무다. 다만 ‘정치보복’이나 ‘마녀사냥’이나 ‘메카시광풍’이란 표현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어느 누리꾼의 표현처럼 ‘억강부약(抑强扶弱)해야 할 검찰이 별 힘도 없는 전직 대통령 일가를 향해 휘두르는 칼끝이 표독스럽기만 하다’는 비아냥을 들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노무현을 위한 변명’이 아니다.

박유제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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