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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과 지방세조사팀의 ‘역마살 인생’
‘가정의 달’과 지방세조사팀의 ‘역마살 인생’
  • 승인 2009.05.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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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루세원 찾아 전국 돌아
자녀ㆍ아내 얼굴도 잊을판
고된 책무 사랑의 치유를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경제의 순기능은 돈이 제대로 돌고 돌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고 원칙이다. 그 돈을 쫓아서 전국을 돌아다니는 그들, 가정의 달 5월도 뒷전이다. 물론 납세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뒷전으로 빼돌린 돈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일 년 중 절반가량은 사무실이 아닌 전국을 돌며 탈루세원을 찾아 나선다. 따라서 가정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자신들을 역마살이 낀 죄로 돈을 찾아 나서야만 하는 반 토막 인생이라고 자조한다.

 경남도내에서 사업과 자산의 취득 및 매각 후 자진 신고한 사안의 적정성을 검토, 납세의무를 않고 탈루한 세원을 발굴, 추징키 위해 찾아 나서는 역마살 인생이란 것이다.

 이 같은 역할은 공직사회에서 쟁이로 지칭되는 지방세조사팀이 맡는다. 경남도 지방세조세팀은 지난 1월 15일부터 4월말 현재 종합컨설팅을 통해 무려 1550건에 걸쳐 239억 원의 탈루 세금을 추징했다니 정말 놀랄 일이다. 국세로 환산하면 무려 1조 원대에 탈하는 세원을 찾아낸 것이다. 그런데 말이 좋아 컨설팅이지 납세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빼돌린 돈을 찾기 위해 전국 곳곳을 돌고 도는 것이 이들 팀의 주 업무다.

 이들 팀은 서울, 대전, 광주, 울산 등 경부선과 호남선을 오르내리고 도내 시ㆍ군 출장 등을 통해 올 4월말까지 120일 가운데 무려 100여 일간을 가족과는 동떨어진 객지생활을 하면서 얻어낸 결과물이란 사실이다.

 역마살에 관한 소설을 소개한다. 역마는 김동리가 1948년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경남도 하동의 화개장터를 배경으로,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다루었다. 소설제목인 역마(驛馬)는 유랑할 수밖에 없다는 운명을 말한다.

 경상도 하동의 화개장터에서 주막을 운영하는 옥화는 떠돌아다니고 싶어 하는 외아들 성기를 붙잡아 두기 위해서 쌍계사에서 승려로 살게 한다.

 어른이 된 성기는 집에 돌아와 이야기책을 장터에서 파는 일을 하는데, 우연히 체장수 영감의 딸 계연을 만나면서 사랑에 빠진다. 옥화는 칠불사 구경도 가며 연애하는 성기와 계연을 보면서 아들이 역마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연히 계연의 머리를 빗겨주다가 사마귀를 발견하여 자신의 동생임을 알게 된다.

 자신의 사랑이 이룰 수 없는 사랑임을 알게 된 성기는 큰 충격을 받고 주막을 떠난다. 결국 성기는 어느 선선한 여름날 아침에 떠돌이 엿장수가 되어 집을 찾는다.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떠돌아다녀야 하는 역마살이 든 아들과 그 어머니가 쏟은 사랑의 힘으로 운명에 순응하는 삶을 형상화한 소설이다.

 실화는 이렇다. <경남도 지방세조사팀의 한 직원 왈,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의 봄 소풍 때 학교까지 데려다 주다 우연히 담임선생을 만났다. 선생 왈, 누구신지요. 저는 00이의 아빠랍니다. 선생 왈, 예? 00이 아빠라니요. “저의 집에는 아빠가 없어요”라고 해 결손가정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이웃한 사람마저 남편이 정말 공무원이 맞는지 되묻는다는 부인의 말이 항시 귓전을 때린다는 것이다.

 그들은 주어진 보직 때문에 사실상 가정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납세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탈루한 세원을 찾는 그들의 삶, 그 책무를 부여받은 보직 때문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역마살이 낀 보직 때문에 전국을 유랑하며 돈을 쫓는 이들의 삶도 사랑의 힘만이 치유가 가능하다.

 이들을 비롯하여 기본에 충실한 이 땅의 모든 근로자들도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모두가 나눔의 사랑을 갖자. 사랑은 희망이고 삶의 활력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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