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1:35 (수)
끝까지 장애인 외면하는 ‘우리의 자화상’
끝까지 장애인 외면하는 ‘우리의 자화상’
  • 정종민 기자
  • 승인 2009.03.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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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민
사회부장
 지난 15일 새벽 김해 주촌의 외딴 교회 ‘행복한 마을’에서 불이나 장애인 2명이 숨지는 가슴아픈 사고가 발생했다.

 장애인 5명이 잠을 자다 불이나자 3명은 창문을 넘어 가까스로 탈출해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2명은 결국 저세상으로 갔다.

 타오르는 불 속에서 자력으로 헤어나오지 못했던 장애인들은 얼마나 뜨거웠을까.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16일 김해시 담당부서의 한 공무원은 사고를 취재하던 기자의 손을 잡고 “장애인들이 숨진 사건에 대해 아픔을 통감한다”고 눈물까지 흘렸다 한다.

 다음날인 17일 오전 7시 김해시 장유면 ‘이좋은 병원’에서는 안타깝게 숨져간 장애인 2명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이 자리에는 장애인 2명의 몇 명 안되는 유가족과 교회측 신자들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아픔을 함께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하루전 회의때 장애인들의 사망에 대해 아픔과 책임을 자책했던 시장도, 기자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던 담당 공무원도, 김해시를 대신할 어느 공무원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평등권과 권리, 사회복지 등을 그토록 외치던 장애인 단체 및 회원, 시민단체 역시 한 사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말과 행동이 다른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요,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이다.

 때문에 장애인들은 갈 곳이 없어, 기댈 곳이 없어, 목사가 운영하는 무허가 장애인시설에 그것도 몇십만 원의 돈을 내면서 기거하다가 불의의 화재로 목숨을 잃었지만, 떠나는 황천길도 지금까지 살아온 것 처럼 외로이 떠난 것이다.

 장애인들의 장례식을 접하면서 문득 얼마전 창녕 화왕산 화재참사가 떠올랐다.

 참사가 발생하자 도내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성금의 손길이 이어졌고, 많은 정치인과 자치단체장, 이웃주민들이 조문을 하며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다. 당연히 아름다운 모습이고 우리민족의 정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따질 수는 없지만 화왕산 희생자는 수억 원의 보상을 받지만 장애인들은 보상을 받을래야 받을 길이 없다.

 때문에 장애인들의 화재 사고와 화왕산 참사를 비교하는 것이 다소 적절하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지자체를 비롯한 주민들의 반응이 너무도 차이가 난다는 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논리의 비약이라는 생각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엄격히 따지면 화왕산 참사의 경우 자신들이 억새태우기 장면을 구경하러 스스로 갔다가 발생한 사고다.

 하지만 이번 장애인들의 화재 사망사고는 사회의 냉대 속에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무허가 장애인 시설에 들어가 생활하다가 발생한 사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왕산 참사도 행정의 문제점에서 시발됐고, 김해 장애인 사망사고도 어떻게 보면 행정의 무관심이 불러온 비극이라고 진단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런 공통분모를 놓고 볼때 사고발생 후 이를 바라보고 대처하는 상반된 태도에 대해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유가족들이 장례식장에서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것이 얼마나 가슴에 사무쳤으면 오열을 토하면서 “좋은데 가서 훨훨 날아다녀라”고 외쳤겠는가.

 누구의 잘 잘못을 떠나, 이것이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 주변의 자화상이다.

정종민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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