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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화왕산 사고’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기고]‘화왕산 사고’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 승인 2009.03.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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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낙 승
금강대학교 총장
 창녕 화왕산 사고가 한달이 지나면서 이제 고통의 시간은 지나고 상처를 치유하는 일만 남았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합리적인 사후처리를 고민해야 하는 숙제가 우리에게 남겨졌다.

 당연히 책임을 묻는 절차가 남아있고, 겸허히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좀 더 냉철하게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섣부른 감정에 맡겨서는 될 일이 아니다.

 물론 어떠한 형태로든 책임을 물어야 하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라는 책임의 방법에 대한 문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책임을 져야하는가.

 근대 시민정신에 기초한 합리적인 사회는 책임에 기초한 사회다.

 책임정신이야 말로 근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합리적 사회는 책임소재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그것의 결과에 기초해서 책임을 추궁한다. 여기에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여론몰이식의 전근대적인 것은 금물이다.

 책임을 묻되 억울함이 없게 합리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떠도는 말에 의하면 행사를 주도한 주무 공무원들 중 몇 명이 옷을 벗어야 한다느니, 누가 구속돼야 한다느니 하는 말들이 흉흉히 오가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옷을 벗기고 구속하는 것만이 책임을 제대로 묻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사회는 치안 책임자인 경찰청장과 내정자를 연이어 두 번씩이나 옷을 벗기었다. 그것도 임기가 보장된 이들에게 여론의 힘에 못 이겨 희생양을 만든 것이다.

 업무 수행 중에 일어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두고 그 책임을 여론몰이식으로 추궁하는 것은 과연 정당하고 합리적인 것인가.

 누군가를 철저히 응징해야만 사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사회, 즉 무슨 일만 일어나면 희생양이 필요한 사회는 후진적 사회다.

 알다시피 미국은 9.11테러를 당하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겪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떤 공직자도 그 사건의 책임을 지고 현직에서 물러나는 이는 없었다고 한다.

 미 국민들도 그것을 요구하지 않았고 대통령도 장관들에게 책임을 추궁하지 않았다.

 우리는 걸핏하면 ‘민심을 수습한다’는 명분아래 공직자들의 옷을 벗기는 일이 상식화 되어있다. 야당에서나 시민단체에서도 일만 터지면 특정인을 파면하라는 요구를 한다. 과연 그것이 문제해결이 될 수 있었던가?

 선진사회와 후진사회의 차이는 책임을 어떻게 묻는가에 대한 ‘방법’에서 드러난다.

 선진화된 사회에서는 사태해결에 있어서 애당초 ‘민심수습’이라는 명분으로 불합리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건전하고 보다 확실한 책임추궁은 일로서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임져야 할 당사자의 옷만 벗기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결하는 일을 부과함으로써 다시는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선진화된 사회의 책임추궁 방식이다. 물론 선진화된 사회에서도 비윤리적이고 무능한 공직자는 파면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업무 중 일어난 의도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당사자에게 무한 책임을 묻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사망자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하면서 또 다른 이들을 희생시키고자 하는 것은 책임의 본래적 의미와도 거리가 있다고 본다.
 보다 냉정해져야 할 때이다.

성낙승 금강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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