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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없는 정부, 국회, 재계 없다
국민 없는 정부, 국회, 재계 없다
  • 승인 2009.03.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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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찬
편집국장
 경제위기 한파가 길고 매서워 대다수의 국민들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과 농어민, 근로자, 자영업자 등 서민들이 ‘살려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정부와 정치권, 재계에서 보듬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도내에서만 726개의 중소기업에서 4017억 원의 융자 신청을 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업체 수는 7배, 금액은 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돈가뭄’이 이처럼 심하니 중소업체들 가운데는 기계를 팔거나 어렵사리 대출을 받아 겨우 월급을 주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시장개방 피해만도 버거운 농어민 또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유가,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았다. 수입품이 많은 예초기와 농약살포기 등의 부품가격이 50% 가량 인상된 것을 비롯, 각종 농ㆍ어로기계와 부품, 장비, 비료, 농약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올라 생업 포기까지 고민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어떤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연초 곡물 가격은 10.3%, 육류는 14.1% 급등했다.

 먹을거리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이같이 치솟는데 임금은 동결되거나 내려가고 있어 생활 걱정이 태산이다. 삭감된 임금이라도 제때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살림살이가 더욱 각박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도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1월 자영업자 수는 558만 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1만 2000명 감소했다.

 자영업자는 2006년 6월부터 3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는 1년 전에 비해 3만 5000명 줄었고, 혼자 가게를 꾸려가는 영세 자영업자는 4만 4000명이나 감소했다.

 또 새로 문을 연 자영업소도 절반 이상이 1년 안에 폐업했다.

 대학 졸업식장도 ‘민망’하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탓에 부모님과 함께 기념사진 몇 장만 찍은 뒤 곧장 학교를 빠져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얘기다. 부모님 표정도 밝지 않은데다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을 보면서 왠지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란다.

 이 정도면 온 국민의 살림살이가 ‘절단’ 날 지경임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1999년 IMF 이후 11년 만에 이룬 ‘노ㆍ사ㆍ민ㆍ정 합의’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일회성 ‘선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는 한국노총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31조 9000억 원의 재원 조성을 요구했지만 ‘추경 편성 기간’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재정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재정 없이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지, ‘4대강 살리기’만이 유일한 길인지 묻고 싶다.

 재계도 마찬가지다. 경제5단체장들은 합의문의 ‘해고 자제’ 약속을 하룻밤 새 뒤집었다.
 정부의 고용ㆍ투자 확대 요청에 대해 현행 노동관련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힘든다는 것이 이유다. 따라서 IMF 때 40, 50대 가장이 길거리에 내몰린 상황이 재연되면서 다시 한 번 가정이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도 피해갈 수 없다. 서민들은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이었던 미디어법, 금산분리완화법 등이 실생활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왜 그렇게 목숨을 걸다시피 ‘멱살잡이’까지 하며 싸웠느냐고 묻고 있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국회가 파하자마자 노ㆍ사ㆍ민ㆍ정 합의 이행 여부 점검, 보완이나 비정규직법 등 산적한 민생ㆍ경제법안을 내팽개치고 줄줄이 외유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노동자를 해고하고 임금마저 삭감하겠다는 것은 내수침체를 더욱 촉진하는 자살행위다.
 국민들 수중에 돈이 있어야 내수가 돌아가고 내수가 돌아가야 기업도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최근 박희태 대표가 한 ‘국빈들에게 돈을 나누어 줘서라도 경제를 살려야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정부와 국회, 재계는 도탄에 빠진 국민을 살릴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국회를 다시 열어 민생ㆍ경제법안을 처리하고 경기 부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 없는 정부, 국회, 재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김삼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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