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22:26 (화)
자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자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 김동출 기자
  • 승인 2009.03.05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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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출
제2사회부장
 춘래 불춘래(春來 不春來). ‘봄은 왔으되 봄은 오지 않았다’는 말이 요즘처럼 딱 맞는 경우도 흔치 않을 성 싶다.

 경제상황이 도무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나 할까, 물가도 심상치 않다.

 4일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4.1% 뛰어 올랐다. 7개월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 1월에도 전년 동월대비 3.7% 상승했다. 전월대비로도 0.7%나 상승했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다.

 재정부는 이를 석유제품과 금 가격이 크게 오른 탓으로 해석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1월에 1346.1원에서 지난 달엔 1429.5원으로 전월대비 6.2% 오르고 휘발유(10.7%), 경유(1.3%), 등유(1.9%) 등 석유제품 가격이 대폭 올랐다.

 경제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0.72%의 65%를 석유류와 금반지 가격이 이끌었다.

 이렇게 되자 서민들의 고통이 극에 다다르고 있다. 정도의 차야 있겠지만 ‘춥고 배고픔’을 가장 절실히 느끼는 층들은 아무래도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서민층이다. 서민층 입장에서 보면 물가는 오르고 임금은 삭감되고 살기는 더욱 척박해지는 모양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정부는 ‘경제살리기’ 한다고 목소리만 높이는데 서민층에는 ‘씨알 까먹는 소리’ 정도로만 들린다. 통 ‘약발’이 미치지 않는 것이다.

 정치권도 경제살리기 한다지만 마찬가지 모습이다. 아니 정치권은 한술 더 뜨는 모양새다. 정치권이 국회에서 하는 모양을 보면 말 그대로 ‘꼴볼견’이다. 좀 심한 말로 하면 가히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지경이다.

 이런 때 더 가관인 것은 ‘일자리 나누기’를 한다면서 정부나 기관들이 인력자르기를 버젖이 하는 일이다. 잘 나갈 때는 아무 말도 않다가 회사(또는 기관)가 좀 어려워지니까 이 어려운 때 사람들을 등 떠밀어 내보내려 한다. 이른바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하에서다.

 구조조정을 하면 회사(기관)는 잘살 수 있을런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당한 입장에서는 ‘밥그릇’을 놓치는 결과가 되고 이는 곧 구매력의 상실로 이어진다. 가정에서는 생계가 막막해지는 일로 이어지고 가정불화의 원인에 가족 구성원 간에 극심한 스트레스까지 유발할 수 있다. 이른바 ‘가정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게된다.

 이렇게 구조조정이 만연되면 사회 전반적으로는 구매력이 저하되고 이는 곧 수요감소로 인한 생산 감소를 초래한다. 생산 감소는 결국 ‘사람 자르기’로 이어지고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면 종국에는 건전한 사회의 존속이 어려워진다.

 건전한 사회가 흔들리면 각종 범죄, 특히 흉악범에 의한 강력사건의 발생이 늘어나게 된다.

 이런 내용을 결코 모를 리 없는 정부나 기업(기관)이 굳이 ‘구조조정’이나 ‘인력 감축’에 나서는 저의는 무얼까? 왜 신입사원의 연봉은 깎으면서도 일부 기관의 경우, 임원들의 연봉은 더 인상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걸까.

 이는 말로만 ‘고통분담’한다면서 정작 자신의 밥그릇을 손대는 일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타는 승용차의 휘발유 값이 전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도 정부가 올 초 탄력세율을 올린 것은 말로만 내놓은 ‘서민경제 살리기’의 전형이다.

 이래서는 도무지 경제가 살아날 수 없음은 불을 보듯 훤하다.

 역으로 말해, 이런 때일수록 ‘사람 내보내는 일’은 삼가야 한다. 그래야만 구매력이 살아나고 이는 생산증대로 이어지게 될 것이며 ‘돈’이 정상적으로 흐르는 사회가 된다.

 말로만 하는 ‘고통분담’은 별로 의미가 없는 일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없는 사람의 고통’이 바로 ‘나의 고통’이라는 인식을 나눠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건설되지 않을까.

 새 봄, 다시금 ‘고통을 나누는 일’에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겠다.

김동출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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