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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의료] 은둔형 외톨이
[건강과의료] 은둔형 외톨이
  • 승인 2009.02.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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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재
마산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얼마전 한 젊은 남성이 보호자와 함께 진료실로 내원했다. 그 남성은 자기 자신이 은둔형 외톨이 일명 히키코모리인지 궁금해서 왔다고 내원한 이유를 밝혔다. 수년째 친구와 자취를 하지만 직장을 다니는 친구와는 달리 자신은 2년째 방안에서만 지내고 있으며 자신이 갈만한 직장은 없다며 구직을 원하지 않았다. 낮에는 인터넷으로 심심하지 않게 지내며 친구가 대신 사다주는 생필품이 있어 외출도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 일어나 인터넷으로 세상과 다시 소통을 하는 것이 생활의 일과라고 했으며 같이 사는 친구의 얼굴도 1주에 한 두번 보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 남성은 집밖을 나갈 이유도 갈만한 곳도 없다고 하며 두 평 남짓한 자신의 방이 가장 편하다고 했다.

 이 남성은 뚜렷한 정신병적 증상이 없었다. 하지만 극단적인 사회적 위축을 보이며 정신병적인 증상은 없더라도 우울감이나 사회공포감, 자신에 대한 부적절감, 자신의 모습을 질책하는 가족에 대한 공격성을 보이고 있었다. 이 남성은 스스로도 궁금해 하던 소위 말하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였다. 언제부턴가 우리주변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1970년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사회 참여의 폭이 좁아져 취직이나 취학 등 집 바깥의 생활이 없어지는 현상을 히키코모리라 부르며 문화증후군이라고 보고를 한 바 있다. 1990년대 들면서 이들로 인한 범죄나 사회적 병폐가 심해져 정부차원의 해결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한국서는 이들에 대한 보고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그 원인이나 해결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변화를 요구하는 세상이 싫어져 변화가 필요치 않는 세상을 찾아가듯 자신의 방을 그런 세계로 만들어 가고 있는 듯 했다. 주변에 은둔형 외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찾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은둔형외톨이로 되어가고 있는 주변인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친구로부터 받는 상처가 두려워 친구를 멀리하고 있거나, 학교에서 받는 상처로 배움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며 등교거부를 한다든지, 학교를 가서도 자신을 감추기에만 급급한 학생들이 있다.

 변화가 두려워 스스로를 가둘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두려움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들도 마지못해 선택한 은둔이라는 가면을 따뜻하게 맞이해줘야 세상으로의 탈출이라는 또 다른 가면으로 바꿔 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마산삼성병원 정신과 우영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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