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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성은 뚜렷한 정신병적 증상이 없었다. 하지만 극단적인 사회적 위축을 보이며 정신병적인 증상은 없더라도 우울감이나 사회공포감, 자신에 대한 부적절감, 자신의 모습을 질책하는 가족에 대한 공격성을 보이고 있었다. 이 남성은 스스로도 궁금해 하던 소위 말하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였다. 언제부턴가 우리주변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1970년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사회 참여의 폭이 좁아져 취직이나 취학 등 집 바깥의 생활이 없어지는 현상을 히키코모리라 부르며 문화증후군이라고 보고를 한 바 있다. 1990년대 들면서 이들로 인한 범죄나 사회적 병폐가 심해져 정부차원의 해결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한국서는 이들에 대한 보고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그 원인이나 해결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변화를 요구하는 세상이 싫어져 변화가 필요치 않는 세상을 찾아가듯 자신의 방을 그런 세계로 만들어 가고 있는 듯 했다. 주변에 은둔형 외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찾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은둔형외톨이로 되어가고 있는 주변인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친구로부터 받는 상처가 두려워 친구를 멀리하고 있거나, 학교에서 받는 상처로 배움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며 등교거부를 한다든지, 학교를 가서도 자신을 감추기에만 급급한 학생들이 있다.
변화가 두려워 스스로를 가둘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두려움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들도 마지못해 선택한 은둔이라는 가면을 따뜻하게 맞이해줘야 세상으로의 탈출이라는 또 다른 가면으로 바꿔 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마산삼성병원 정신과 우영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