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4:53 (금)
‘인턴국민’을 만들 셈인가?
‘인턴국민’을 만들 셈인가?
  • 박유제 기자
  • 승인 2009.02.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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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제
정경부장
 최근 신문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유독 눈에 자주 띄는 단어가 ‘인턴’이다.

 일반 기업체는 물론 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등 거의 모든 사회구성체가 청년 인턴을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정부와 여당의 분위기를 보자. 여당인 한나라당 종합상황실은 지난 11일 청년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지원을 강화해 총 6만 명 규모의 청년 일자리를 마련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정부에 제출된 이 보고서는 청년들이 선호하고 있는 민간기업체에 대한 인턴 프로그램을 집중 지원해 3만 5000명의 인턴 일자리를 마련하는 한편, 현재는 적용하고 있지 않은 대기업에 대한 청년 인턴제를 새로 도입해 1만여 명의 청년 일자리를 추가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회의 움직임은 어떨까. 보통 국회의원들은 보좌진 중 한 두명을 인턴으로 채용할 수 있다. 물론 인건비는 국회사무처가 지급한다.

 그런데 국회는 민간의 고용확대 분위기를 높인다며 대학졸업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입법조사분석지원 인턴도 선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분주하다. 경남도의 경우 만 29세 이하 대졸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438명의 행정인턴 모집에 들어갔다. 도청근무 80명과 20개 시ㆍ군 근무자 358명이다.

 이와는 별도로 도는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쇠고기 이력추적 사업에 청년인턴 18명을 추가로 채용하고 있다. 만 35세 이하의 고졸이상 학력 소지자가 대상이다.

 지방의회도 예외가 아니다. 전국 시ㆍ도의회 의장단협의회는 원활한 입법보조 활동을 위해 유급 인턴제 도입을 정부에 공식 건의키로 했다. 유급 보좌관제 도입이 무산되자 인턴제 도입을 강행키로 한 것이다.

 기업체도 청년 인턴십제도에 적극적이다. 경남은행의 경우 경남과 울산지역 대학졸업생과 재학생 240명을 채용키로 최근 합의했다. 이달 중 모집절차에 들어간다.

 정부여당에서부터 기업체에 이르기까지 인턴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한결같이 ‘청년 일자리 창출’이다. 이른바 정부가 시행중인 잡쉐어링(Job-Sharing)정책에 동참한다는 명분도 있다.

 그러나 정작 실업 상태인 청년들이 인턴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결과가 평균 월급 100만원에 그치는 ‘10개월의 임시직장’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제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봤자 경력도 인정받지 못하는 등 별다른 혜택이 없다. 그래서인지 보통은 2차, 3차 모집까지 들어가고, 그래도 응시자가 적다고 아우성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인턴제 운용을 위한 예산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사실은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른 것이지만, 막상 예산확보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는 인턴모집 공고를 내면서 ‘소요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계약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기도 한다. 예산 확보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중간에 인턴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도 예상됐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청년실업자는 지난해 말 현재 벌써 100만 명을 넘어섰다. 공식 집계만 약 101만 9000명에 달한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청년실업 200만 시대’가 멀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미 행정인턴 1만 1000명을 채용한 정부는 특단의 대책으로 조만간 6000명 가량을 더 뽑을 계획이라고 한다. 기업들도 잇따라 인턴 채용 공고를 내면서 조만간 ‘청년인턴 10만 명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사회적 만성질환’처럼 되어 버린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모두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극심한 불황으로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인턴 자리만 넘치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가뜩이나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인턴십 제도는 또 다른 노동시장의 왜곡 사회적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기업이 이왕에 청년실업 해소에 힘을 모은 만큼, 인턴십 제도의 효율적인 운영 방안과 근본적 실업대책을 동시에 마련하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온 국민을 ‘인턴’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박유제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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