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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면 재앙인 불, 안전매뉴얼 시급
과하면 재앙인 불, 안전매뉴얼 시급
  • 박재근 기자
  • 승인 2009.02.15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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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강 건너 불구경’이란 말이 있다.

 불똥이 자신에게만 옮겨 붙지 않는다면 이만한 스펙터클도 없다. 또 불은 열정적이지만 파괴적인 이중성을 갖고 있다.

 물과 불은 상반되지만 한 묶음으로 비유되는 것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특히 인간에게는 큰 이익이 되지만 과하면 재앙이다. 그래서 물불을 안 가린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 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김남조 여류시인의 겨울바다란 시다.

 불은 소멸(허무, 죽음)의 상징을 물은 생성(의지, 신념)의 상징으로 사랑의 마음을 고운 언어로 형상화 한 것이다. 불은 곧 죽음으로 비유됨을 직시하기 위해 이 시를 인용했다.

 옛적 아이들이 이불에 오줌을 싸면 키를 쓰고 동네를 돌며 소금을 얻어 오도록 했다. 창피를 주어 불장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밤에 자다 지도 그린다”며 꾸중하는 것은 불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불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무시되기 일쑤다.

 창녕의 화왕산 억새 태우기, 연등행사, 정월대보름날 달집태우기나 중국의 폭죽놀이, 전국 지자체마다 각종 행사 때면 혈세는 뒷전인 채 마구잡이로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 밤거리를 불빛으로 물들이는 루미나리에 등 지구촌 곳곳이 불로 인해 장관이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의 유혹이 끈질긴 반면 자칫하면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오는 안전대책은 뒷전인 채 말이다.

 불은 신에게서 훔쳐온 것 또는 신의 선물이란 것을 그리스 등 모든 신화에서 엿볼 수 있다. 생명의 불은 일순간 죽음의 화마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것이 아닌 불은 그만큼 소중하고 잘못 다루면 화를 면치 못한다는 경고다.

 물과 불, 최근 남녘의 들판은 물 부족으로 메말라 있고 불로 인해 국내는 물론이고 지구촌 곳곳에서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있다.

 정월대보름날 창녕 화왕산의 억새 태우기는 공인받은 행사에서 비롯된 안전 불감증이 빚은 참사란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69명의 사상자를 낸 창녕군은 돌풍이 그 원인이란 주장이지만 비상상황에 대비, 이에 합당한 안전대책이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또 경찰관 1명을 포함, 6명의 사상자를 낸 ‘용산 참사’도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있으나 도심 한복판에서 빚어진 화염병 투척 등 폭력이 난무했고 결국 불로 인해 인명의 피해를 몰고 왔다.

 호주의 산불은 서울 면적의 5배가 넘는 3300㎢를 덮쳤으며 사망자 수도 250명에 달했다. 또 지난 2007년 타임이 선정하는 ‘세계 10대 기적 건축물’에 뽑힌 중국 베이징의 랜드 마크로 준공을 눈앞에 둔 CCTV 신사옥도 폭죽놀이로 인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이에 앞서 국보 1호 숭례문이 방화로 눈앞에서 무너진 어처구니없는 참사는 지난 10일로 꼭 1년이었다. 문화민족의 자존심이 무너져 내리는 참담함을 맛보았고 화재 후 전 국민적 복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이후 전국 주요 목조 문화재에 대한 안전 점검 및 방재예산도 대폭 늘렸다.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숭례문이 불타면서 우리에게 남긴 소중한 교훈이 있다.

 우리의 얼, 역사의 정신, 관광 콘텐츠인 문화유산은 방심으로 한 순간에 잿더미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창녕 화왕산 억새 태우기는 전국 지자체에서 자행되는 각종 축제의 안전대책이 더욱 요구됨을 일깨워 주었다.

 따라서 문화유산의 안전시스템화, 축제의 안전 매뉴얼은 필수적이다. 불, 과하면 재앙임을 인간이 깨달아야 한다.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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