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7:31 (금)
‘386’이 ‘몸만들기’에 들어간 이유
‘386’이 ‘몸만들기’에 들어간 이유
  • 박유제 기자
  • 승인 2009.02.11 19: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유제
정경부장
 요즘, 참으로 오랜만에 ‘386세대’라는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20여년 전, 당시 군사독재에 항거해 온 몸으로 저항했던 그들이 ‘MB정부’에서 다시 ‘부활’하는 이유는 뭘까?

 ‘386’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초반 국민적 기대감과 함께 현실정치에 뛰어들었다가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이 곧잘 표현하는 ‘잃어버린 10년’의 ‘주적’이 되어버린 셈이다.

 마치 역사의 죄인이라도 된 것 마냥 숨죽여야 했던 ‘몹쓸 386’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아니 ‘몸만들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바로 경찰청이 발표한 최루탄 재사용 방침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경찰의 입을 빌어 폭력저항 제압을 위해 최루탄 사용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999년 시위 및 집회에서의 ‘최루탄 불사용’ 원칙이 정해진 이후 꼭 10년만이다.

 사실 우리 국민에게 최루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명 ‘사과탄’으로 불리는 KM 25탄, 총에 장전해 쏘는 SY44탄, 발사기를 장착한 차(페퍼포그)에서 쏘는 다연발탄(일명 ‘지랄탄’)은 특히 386세대에게는 일종의 ‘향수’로 남아있다.

 최루탄이 뭔가? 안전수칙 소홀로 인한 직접적인 부상 외에도 눈물과 콧물, 경련, 피부질환, 호흡곤란 등을 일으키는 시위진압용 가스탄이다.

 뿐만 아니라 불임증이나 기형아 출산 또는 암을 유발시키는 등의 치명적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최루탄추방운동이 범국민적으로 불붙기 시작했고, 결국 사용이 엄격하게 금지돼 왔다.

 그 최루탄이 MB정부 집권 1년 만에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른바 ‘백골단’이라 불렸던 경찰 특수기동대를 부활시킨 MB정부가 이제 최루탄까지 필요할 만큼 상황이 왔나 싶다.

 물론 정부여당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강변한다.

 촛불집회 강제진압에서부터 최근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를 겪으면서 틈만 나면 강조했던 말이다.

 마치 정부와 한나라당이 공권력을 치켜세우며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힘없는 경찰’이 국민의 뭇매를 대신 맞도록 한 ‘정치적 시나리오’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10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자, 경찰 내부에서는 ‘정치권의 꼬리자르기식 해법에 또 이용만 당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내정자는 사퇴의 변 말미에 “더 이상 매 맞는 경찰이 없어져야 하고, 국민들이 매 맞는 경찰을 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권의 ‘방패막이’로 전락시키는 여권에 대한 간접적인 항변이다.

 공권력은 국민의 지지와 신뢰에서만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다.
 입으로는 ‘정당한 공권력’을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통제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역사배반이다.

 더 이상 경찰을 국민과 적대적 관계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공권력의 손아귀에 ‘백골단’과 ‘최루탄’과 ‘진압봉’을 쥐어주며 국민과 싸우라고 한다면, 그것은 이미 정당한 공권력으로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최루탄은 국민과 정부의 ‘소통’을 끝내겠다는 의미다. 그래도 최루탄을 사용하겠다면, 최루탄에 ‘향수’는 다시 현실이 된다.
 ‘386’을 다시 정치와 시국에 대한 치열한 논의와 투쟁의 광장으로 불러들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촛불은 더 타오를 것이고, 최루탄에 희생되는 시위대가 생겨나고, 다시 촛불이 확산되는 질곡의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

 정치와 민주주의에 누구보다 민감한 ‘386’은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박유제 정경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굿 2009-02-15 15:52:33
테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