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5:16 (목)
[열린마당] 인디언 기우제
[열린마당] 인디언 기우제
  • 승인 2009.02.02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영윤
경남도의회 의원(진주)
 애리조나 사막에 사는 호피족 인디언들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고, 언제나 그 응답을 받았다고 한다. 비가 올 때까지 끈질기게 기우제를 지낸 덕택이다.

 그 때문에 어떤 곤란한 일에 직면해 있을 때 사람들은 흔히 ‘인디언 기우제’를 떠올리곤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기우제라도 올려야 할 정도로 전국토가 가뭄으로 타들어 가고 있다.

 그러잖아도 불안정한 나라 안팎의 정세 때문에 사람들의 불편한 심기가 극에 달해 있는데, 물 부족 사태까지 더해져서 민심이 더 흉흉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치는 논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고, 댐과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놓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에 따르면 이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전국 15개 다목적댐과 용수전용댐, 농업용 저수지 등의 수위가 심각할 정도로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미 일정 지역에서는 마실 물이 부족해 급수시간이 제한되고 차량을 이용한 운반 급수가 실시되고 있다.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 하천유지용수 등을 위해 지어진 다목적댐의 평균 저수율은 40.5%로 1년 전의 67.3%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니 지금 당장 비가 오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 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낙동강은 물론 그와 연결되는 안동댐, 임하댐, 합천댐, 남강댐, 밀양댐 등도 1년 전의 절반인 49.7%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우리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안고 있는 남강댐은 약 10년 전부터는 평균 저수율이 29%에 불과하고 매년 54일간 저수율은 20%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한다.

 낙동강에서는 다이옥산 함유량을 줄일 수 있도록 댐의 문을 열어달라는 요구가 ‘마실 물조차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부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낙동강의 낮은 저수율과 다이옥산 비상으로 식수공급에 비상이 생기자 진주에 있는 남강댐 물을 가운데 두고 경남과 부산 두 지역간의 불화가 겉잡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지역 주민들의 의사는 무시된 채 거론된 정부의 물 대책은 여러 가지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와 지역 주민들은, 생존권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이니 감수하라는 밀어붙이기식 해결방법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우리 지역의 물 갈등은 물론, 전국적인 가뭄으로 인해 속이 타는 국민들의 물 문제를, 물 흐르듯 해결할 방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용수 문제가 전국적으로 부각되고, 장기적인 가뭄으로 생활식수마저 공급받지 못한 지역이 늘어나자, 환경부와 국토해양부가 생활용수난에 대한 서로 다른 방향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국토해양부는 “댐 건설을 앞당겨 물 저장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고, 환경부는 “상수도 누수율 13%를 막기 위해 낡은 수도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또한 환경부는 전국으로 보면 1년 동안 팔당댐 3개를 가득 채울 분량인 7억 3000만t(5222억 원 어치)의 정수된 수돗물이 땅속으로 사라지고 있다며, 낡은 수도관 교체를 강조하고 있다.

 두 가지 대책이 모두 다 오랜 시간과 비용은 물론, 환경문제의 장ㆍ단점까지 안고 있다. 물의 문제는 국민의 목숨이 담보로 잡혀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아무리 촌각을 다투는 일일지라도 가장 합리적이고 명확한 대안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일이다.

 국토가 건강해야만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우리는 물론이거니와 자자손손 물려줘야할 소중한 자산인 물의 문제를 근시안적으로 해석해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당장 물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현명한 대책을 기대한다. 그 동안에 선량한 우리의 목마른 국민들은 성심성의를 다하여 축대를 쌓고 ‘인디언 기우제’를 올릴 것이다.

공영윤 경남도의회 의원(진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