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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댐 물'문제가 지역구 문제라고?
'남강댐 물'문제가 지역구 문제라고?
  • 승인 2009.02.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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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남강댐 물을 일방적으로 부산 공급 추진계획을 발표하자 도민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도내 출신 국회의원을 비롯해 도의회 등 정치권에서 적극적인 대처는 물론 공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사고 있다.

 도내 국회의원 가운데는 지난 28일 권경석 의원이 창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강댐 물 부산공급은 도민 정서와 환경ㆍ생태적 차원에서도 절대 가능하지 않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 지역인 진주에서 희한한 기자회견이 열려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진주갑 최구식 의원이 진주시청에서 남강댐 물 부산공급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부산 등지의 식수 공급을 위해 남강댐 수위를 4M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남강댐에서 하루 107만 톤의 물을 추가 확보해 이를 부산과 마산, 창원, 진해, 양산, 함안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고 운을 땠다. 그리고 “올해 이 공사를 시작해 2012년에 완공한다”는 정부 계획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절차와 내용 모두에서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또 “전 지구 차원의 이상기후를 보면 앞으로 홍수 규모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 가능성은 적고, 남강댐 보강강사도 200년만의 홍수에 대비했다고 하는데 벌써 3번을 초과(홍수)했고 앞으로 더 큰 재앙이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 의원을 비롯 운용근ㆍ공영윤 도의원 여기에 지역구 시의원인 강면중 김구섭 강석중 최임식 조현신의원이 함께 자리를 했다.

 물론 지당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같은 심각한 남강댐 물 문제가 비단 지역구만의 문제인지 되묻고 싶다.

 더구나 진주에는 김재경 의원 등 2명의 국회의원이 있지만 최 의원측 도의원과 시의원만 참석해 별도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지역 내에서조차 협력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진주를 벗어나 직접적인 피해지역인 서부경남을 비롯 경남도내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 시민단체가 뭉쳐 한 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국에 진양호(남강댐)가 자신의 지역구에 있다는 이유로 도내 정치권을 배제한 채 지역구 의원들만 모여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정말 경남의 젖줄인 남강을 생각하고 경남을 생각하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기자회견이 탁월한 정치적인 선택인지, 아니면 두 번 다시 놓칠 수도 없었고, 생각지도 못한 진양호에서 대어(大魚)를 낚았다고 생각지는 않았는지 조용히 묻고 싶다.

 서부경남 뿐 아니라 경남, 부산,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계획과 맞물러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이 남강댐 물 문제가 적어도 지역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한 시민은 “나랏일을 다스리는 국회의원이 선거구의 남강댐(진양호)을 놓고 ‘선을 긋자면 내 동내’라는 발상이 너무 불쌍하고 허탈하고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다행히 국토해양부가 남강댐 물 부산공급에 경남도민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지난 30일 주민설명회와 공청회 등 경남도민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협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이 마냥 손놓고 있을 처지는 아닌 것 같다.

 국토해양부가 남강댐 물 광역상수도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지는 않을 것을 분명히 해 향후 이를 둘러싼 공방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에 따라 부산시의 부족한 식수대체원으로 남강댐 물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부산시의 발상은 갈수기 등 남강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데다 방류량 감소로 댐 주변의 농업용수 및 공업용수 부족은 물론 자연적인 수질 정화 능력까지 잃은 환경오염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고 정부는 남강댐 물을 빌미로 1000만 경남, 부산 주민들의 젖줄이자 생명수인 낙동강을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가 부산시의 식수대체원으로 남강댐 물을 사용하겠다는 것은 낙동강 물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와 부산시의 남강댐 물의 식수원 계획은 그래서 지극히 지엽적이고 위험한 발상이다는 것이다.

이대근 진주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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