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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세가족, 싸움질로 날밤 지샐 것인가
한지붕 세가족, 싸움질로 날밤 지샐 것인가
  • 승인 2009.02.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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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남도 부산시, 경상남도 울산시 즉 PK는 한 가족이었다.

 이웃사촌도 아닌 한식구가 광역시로 분가한 후 경남ㆍ부산ㆍ울산 3개 시ㆍ도의 제몫 찾기는 이기주의적 형태로 변질, 진흙구덩이에서 나뒹구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가운데 유독 경남도와 부산시는 사사건건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이 충돌 직전이며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딴 목소리다.

 정치권의 산물로 골이 팬 영호남도 남해안 공동발전을 위해 상생의 협력을 다짐하는 판에 같은 뿌리였던 경남도와 부산시 간의 갈등은 심히 걱정스럽다.

 YS정권시절 경남도 일부행정구역의 부산시 편입 및 경마장 건설과 관련, 심한 내홍을 겪은 후 타협의 정신은 실종된 느낌이다.

 이후 경남과 부산은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막말이 오가는 지경에 달했다.

 또 경남 김해 이전이 확정된 후 물거품이 된 해양경찰청 건은 “부산이 빼앗아갔다”는 도민들의 지적이 일자 경남 정치권은 뒷북치는 목소리로 일관, 도민에게 부산과의 더욱 깊은 골만 패이게 한 원인을 만들기도 했다.

 경남 정치권은 뭐하느냐는 도민의 질타에 앞서 경남의 리드는 실종 그 자체란 지적이다.

 각종 사안의 발생 후 티격태격하는 싸움질에 앞서 면밀한 검토와 대응책을 강구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정치권 등의 때늦은 도민 결집력 호소는 도민 가슴에 적개심만 안겨주는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기 때문이다.

 경남, 부산이 주요 현안마다 충돌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것과 관련, 경남민심은 최근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남강댐 물 부산공급계획은 경남을 더욱 뿔나게 만들었다.

 특히 허남식 부산시장의 기자회견을 접한 도민들은 격앙 그 자체다. 국토해양부가 낙동강 물 대신 남강댐 물을 취수, 부산에 공급 하는 광역상수도 계획은 행정당국은 물론, 도의회, 시민단체 관련 지자체 등이 나서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경남, 부산의 물싸움은 전쟁 그 자체다.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감봉 3개월을 자처하고 부하 직원을 직위 해제시키는 등 극단의 길을 택했다. 정치권은 이곳저곳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강경투쟁을 다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국토해양부의 일방통행 밀어붙이기식 광역상수도 계획이 빚은 산물이다.

 국토해양부는 경남도의 항의로 뒤늦게 경남도와 지역주민에 충분한 신뢰를 구축하지 못한 것을 자인, “일방적 추진은 할 수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남강댐 물 공급을 위한 수위상향 조정에 따른 환경변화, 침수피해, 어장황폐화, 일조량 부족에 따른 농작물 피해 등 그 폐해를 지적하기에 앞서 도민의 정서를 무시한 형태도 묵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경남과 부산 간의 한판 싸움은 연이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남권신공항의 입지문제를 두고 경남은 밀양을 적지로 한 반면 부산은 가덕도를 주장, 한 치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려 곧 치열한 혈투가 전개될 조짐이다.

 또 부산 강서구와 진해 간에 건설된 신항의 명칭을 두고 오랜 기간 반목되어온 양 시ㆍ도는 신항에 건설 중인 컨테이너 부두 관할권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개장을 코앞에 두고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판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따라서 사사건건 충돌, 깊어가는 갈등의 골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정기구가 요구된다.

 김태호 지사가 연두기자회견에서 부ㆍ울ㆍ경 통합을 위한 추진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에 대해 울산시가 반발하고 나섰으나 정치적 입장만 내세울 일이 아니다.

 통합의 밑그림은 동남권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통합에 앞서 동남권 3개 시ㆍ도는 3마리의 토끼가 아닌 한 마리의 호랑이가 요구된다는 것이 김 지사의 주장이다.

 경남과 부산, 울산시는 상생발전을 위해 부울경발전협의회를 구성, 10년째 운영해 있다.

 오는 3월 경남에서 열리는 이 회의를 통해 3개 시ㆍ도는 상생발전을 위한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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