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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시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물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광역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고 “남강댐에 여유가 있으면 부산시민의 안전한 식수원 확보를 위해 취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또 “이 문제로 인해 경남도와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경남도민의 반응은 한 마디로 격앙, 그것이다. “도대체 말이 안되는 소리” “상식이 없어도 한참 없는 소리” “경남도민과 한판 붙자는 것인가”는 반응이 잇달아 쏟아져 나왔다.
허 시장이 ‘물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고 말한 것은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래서 부산시는 자기들의 상수원이 있는 낙동강 상류 지역의 오염원을 줄여달라고 정부에 끈질기게 요구해 왔고 지금도 낙동강에서 취수하는 것을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물은 분명 한 지역에 국한돼 생각될 문제는 아니라는 게 허 시장의 논거다. 낙동강 상류 오염원을 거론하는 부산시로서는 분명 이런 논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지리산에서 발원된 남강댐의 청정수를 식수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린 이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런 논리가 절실하지 않았을까.
남강댐을 끌어와 부산시민에게 식수로 공급한다는 것은 허시장으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임에는 틀림이 없을 터이다. 만약 이 일이 성사만 된다면 그의 재임 성과 중 최대 치적이 될 것이므로….
그러나 그의 발언은 조금만 깊게 보면 거의 후안무치의 지경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강댐에 여유가 있으면 부산시민의 안전한 식수원 확보를 위해 취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니-. 이는 경남의 물 사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다는 지적을 스스로 초래한 발언이다.
경남지역은 전반적으로 식수원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갈수기에는 도서지역에 육지에서 식수를 실어 나르는 형편이고 이 같은 장면이 종종 텔레비젼 화면을 통해 도민들에게 보도되고 있는 실정인데도 ‘남강댐에 여유가 있다면…’이라니. 그의 발언은 아무리 너그럽게 봐도 심했다.
정부의 발표를 보면 부산권역에 남강댐 물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현재의 남강댐에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남강댐 운영수위를 조정(41m⇒45m)하고 상류 격인 지리산 쪽에 새로운 댐을 건설, 댐의 유량을 더 확보, 이를 부산 등 동부 경남지역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도 허 시장이 ‘남강 댐에 여유가 있다면’ 운운 한 것은 분명 망언의 수위다.
허 시장에게 묻는다. 댐 수위를 더 높이고 지리산에다 수자원 확보를 위한 댐을 건설하면 이 지역의 환경문제는 어찌 되는가. 댐의 안전도 문제는 생각해 보았는가.
이 지역 주민들은 지금도 남강댐과 관련 농지침수, 농작물 경작 불편, 각종 재해ㆍ환경피해 등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진주시는 남강 댐 완공 이후 태풍 루사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직ㆍ간접 피해가 수 차례 있었으며 이러한 환경 및 재난피해에 대한 댐 주변 시민들의 피해의식은 단순히 물 공급차원에서만 검토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이미 내놓고 있다.
허 시장은 아마도 경남도민의 반응은 무시해도 좋을 성 싶은 모양이다. ‘이 문제로 인해 경남도와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다니-. 이는 어린 아이가 들어도 웃을 이야기다. 그가 이어서 “수량 부족여부는 정부가 충분히 검토했을 것이며 만약 여유가 없다면 (물을) 가져올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물 부족에 대한)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한 대목은 차라리 할 말을 잃게 한다.
경남도와 부산시가 겪어 온 갈등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신항만 명칭문제, 경마공원 문제 등은 이미 끝난 사안이지만 대개 경남도의 일방적인 양보로 매듭지어져 경남도민들의 속이 편하지 않은 가운데 정부는 남강댐 물을 부산에 주자 하고, 허 시장은 “정부가 어련히 알아서 했겠느냐”는 입장인데 경남은 이런 움직임에 아직도 더딘 모습이 보기에 민망하다.
그래서 필자는 감히(?) 허 시장에게 말한다. “경남도민의 가슴에 불을 지른, 당신은 용감하였나이다”
김동출 제2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