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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미꾸라지 잡는법을 아시나요?
[열린마당] 미꾸라지 잡는법을 아시나요?
  • 승인 2009.01.0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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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초 밀양 수산에서 뺑소니 교통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데 누군가 차량으로 들이받고 약 50m를 끌고가다 뺑소니를 친 것이었다.

 작년 이맘때에도 밀양에서 발생한 뺑소니로 곤혹을 치루었기에 모든 신경을 세우면서 현장 주변을 상대로 수사가 개시 되었다. 현장에는 피해자의 혈흔 외 특별한 유류품이 나오지 않아 수사관들을 긴장케 하였고 이때 “아무 흔적도 없는 뺑소니범을 어떻게 잡느냐”는 물음에 미꾸라지 잡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어릴적 낙동강변에 위치한 고향 탓에 크고 작은 개울에서 미꾸라지를 잡았는데 미꾸라지도 잡는 요령에 따라 크기와 양에 차이가 났다.

 아무리 미꾸라지가 많은 개울이라도 혼자서 소쿠리를 들고 수초를 헤집으면 미꾸라지는 흙탕물 속에 숨어 잡기가 힘들지만, 여러 친구들과 같이 뛰어들어 잡으면 누런 씨받이들을 엄청 많이 잡게 됨을 한번쯤 경험한 사람은 알 것이다.

 사고발생 시간대와 도로여건 등으로 보아 지역 연고를 가진 자의 소행으로 보여져 사건발생지를 대상으로 차량 수색에 들어가자 다행히 잘못을 뉘우치고 자수를 하였기에 고인의 원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었지만, 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귀중한 생명이 떠나감을 살아있는 우리들로서는 안타까워 해야 할 몫이다.

 지난해 도내에서는 26건의 뺑소니 교통사망사고가 발생하여 19건이 해결되고 아직 7건은 추적수사 중에 있는 데, 대부분 뺑소니 사고의 가해자는 만취상태에서 처벌의 두려움에 뺑소니를 친다.

 그토록 음주운전만은 근절이 되도록 사회 각계 각층에서 노력을 하고 있건만 늘어만 가는 뺑소니범은 어쩌면 미꾸라지의 습성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크나 큰 업보 앞에 얼마나 많은 세월을 후회로 보내야 할지를 두려워 하면서 새해에는 뺑소니만큼은 하지 말아야겠다.

김병기 경남경찰청 교통안전계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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