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0:54 (금)
[기고] 혼돈 사회의 진정한 권위
[기고] 혼돈 사회의 진정한 권위
  • 승인 2008.12.30 1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모든 사람이 따를 수 있는 권위가 있는가?’하는 화두를 던져본다.

 국어 사전에 의하면 권위란 ‘일정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능력이나 위신’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같은 정의를 따르자면 권력과 재산은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당연히 권위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단,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권력과 재산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우 드물다.

 대개의 경우 권력과 재산은 그 태생부터 아름답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불행히도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러한 것을 목도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한 차원 높은 도덕성, 그리고 사회적 규범성과 지속성을 권위의 필수 요소로 요구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사회 지도층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 그리고 그 지도층에 어떤 사람들이 속해 있는지도 안다.

 그러나 사회 지도층이 반드시 권위를 가진 집단은 아니다. 사회 지도층이란 사회가 요구하는 기능적 역할에 의해 구분되는 집단이며 시대 환경에 따라 그 기능은 언제든지 소멸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권위보다는 권세라는 말이 더욱 잘 어울린다. 어렵게 말할 것도 없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등등 경험적 비유와 속담도 무궁무진하게 많지 않은가.

 제대로 된 집에서는 나름대로의 권위를 가진 어른이 있다. 자연적으로 있을 수도 있지만 필요에 의하여 만들어져 존재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집안의 정치성(定置性)과 질서, 그리고 규범에 대한 우리의 요구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위해 어른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어른을 따르며 어른에게 예의를 차린다.

 우리 사회에서도 집안과 마찬가지로 어른이 필요하며 그 이유도 집안의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그 존재를 우리가 인정함으로써 우리가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혼돈과 무질서의 와중에서 우리가 스스로 방향성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의 어른에게 특정 사항에 대한 솔로몬의 해법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의견은 때에 따라 나의 입장과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개인적인 이해와 개인적 권세와 관계가 없기 때문에 기능적 그룹인 사회적 지도층과 구분되며 우리 스스로가 그들에게 권위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가 우리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그것은 모든 권위에 대한 부정이다.

 권위는 곧 독재이며 가부장적 잔재이며 반민주주의인 것으로 동일시되고 있다. 물론 유,무형의 힘을 빌린 억압적이고 반 인권적인 세력에는 당연히 도전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정신적인 지주를 제공하는 권위마저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과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하여 특정 종교의 수장에게 ‘왜 당신이 우리의 어른 행세를 하는가’ 하면서 공격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할 일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일률적인 사회가 아니라 무수한 갈등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혼돈의 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권위를 가진 어른이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러한 어른은 우리가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보다 관용적이고 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조현 인제대학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