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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대표의 ‘MB어천가’
박희태 대표의 ‘MB어천가’
  • 승인 2008.12.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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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신화적 돌파력에 대해 국민들이 엄청난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을 당시 나왔을 법한 말이다.

 30여 년이 지나면서 이미 낯설어진 표현이 돼 버린 이 말을 불과 이틀 전, 그것도 집권당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내놓고 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15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과 조찬을 겸한 청와대 정례회동을 가졌다.

 정당 대표들과의 청와대 회동이 불발로 그친 뒤 약 일주일만이다.

 당시 박 대표는 야당대표의 회동 불참 통보에도 불구하고, 여당 대표인 자신을 따로 불러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뤄지지 못했다.

 그 날 이후 박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일부 당무를 ‘거부’했다. 대표실 관계자들은 당시 “감기 몸살이 완쾌되지 않아서”라거나 “안과 치료 때문에”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로부터 일주일가량이 지난 이날, 박 대표는 대통령과 아침을 함께 했다. 그리고 회동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는 전형적인 ‘MB어천가’를 불렀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대통령이 건설현장에서 지휘봉을 들고 진두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볼 때 국민들은 감동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지게 해야 한다”며 전 국토의 ‘공사장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방법으로 1970~1980년대식 건설경기 부양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앞서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 자유선진당ㆍ친박연대 등 보수성향의 야당들과 합세해 교섭단체 대표간 협상 내용도 무시한 채 내년도 예산안을 강행처리한 것도 추켜세웠다.

 야당과 언론,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비판적 여론이 뻔히 예상되는 데도 불구하고, 박 대표는 왜 ‘돌격정국’을 앞장서 조성하면서까지 ‘MB어천가’를 부르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 확보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원외 대표로서의 취약한 당 조직 장악력을 높인 뒤, 향후 국회의장을 맡아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박 대표는 양산이나 사천에서 재보선이 있을 경우 출마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것이 여의치 않아 보이자 경기 ‘부천을’ 출마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는 관측이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지난달 30일 인천의 한 골프장에서 박 대표가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장, 지역유지 등과 골프회동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박 대표의 재보선 출마 가능성이 녹록치만은 않다. 70세의 고령에 건강악화설까지 겹쳐있고, 당내에서조차 그의 재보선 출마를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체 국민과 지역민심은 어떨까? 남해에서만 무려 5선 의원을 지낸 그를 다른 지역에서 쉽게 받아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심은 오히려 그의 ‘노익장’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민심은 160여일 전인 7월 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국민과의 ‘소통의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을 잊지 않고 있다.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는 꼿꼿한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당당하게 외치던 그를 기대하고 있다.

박유제 서울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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