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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동지팥죽
[열린마당] 동지팥죽
  • 승인 2008.12.11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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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되면 항상 어머니께서 커다란 솥 한 가득 긴 주걱을 휘휘 저어 끓여주신 동지 팥죽이 생각난다.

 밤이 가장 긴 날이자, 아침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에 먹는 전통음식인 팥죽에는 우리 조상의 지혜와, 이웃에 대한 정이 그대로 담겨있다.

 과거 조상들은 동지를 아세(亞歲)라 부르고 전날 밤을 추석(秋夕)이라고 했으며, 그 때 신년 달력을 나누어 주며 마치 설날처럼 여겼다.

 때문에 이 때 먹은 팥죽은 새해를 축하하는 음식이었으며, 동시에 사악한 기운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는 벽사의 의미를 가진 음식이었다.

 팥죽 속의 새알은 마치 나이처럼 인식되어 나이에 맞게 팥죽 속의 경단을 먹는 습관이 자리잡았다.

 당시 쌀은 일반 농가에서 쉽게 소비할 수 있는 곡물이 아니었다. 특히 조선은 장유유서의 전통을 지닌 유교사회였고, 더구나 동지 풍습 속에 경로의 전통이 존재했기에 노인들에게 우선적으로 특별식을 대접하고자 했던 것이다.

 모두가 먹고 싶어하는 한정된 음식을 서열화시켜 배급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명분이 필요했으며, 그것이 다름 아닌 새해와 연령의 결합이었고 새알의 수를 연령으로 환원하는 방법이었다. 즉 팥죽 속에 담긴 새알을 통해 경로 사상과 유교적 질서의 회복은 물론이고 식탐까지 한꺼번에 조정했던 조상의 지혜인 셈이다. 그리고 끓인 팥죽을 이웃과 돌려먹으면서 가족처럼 함께 한다는 공동체 연대의 식이 내포되어있다.

 팥죽에는 이렇게 조상들의 지혜와 이웃에 대한 정이 그대로 담겨있다.

 현재 쌀과 팥은 구하기 힘든 곡물이 아니지만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팥죽은 찾아보기 힘든 음식이 되었으며, 폐쇄적 인간관계로 인해 이웃과 무엇인가를 나누는 정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 기사를 통해 동지팥죽에 담긴 의미들을 되새겨, 올 겨울, 다가오는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으며 조상들의 지혜도 되새기고 이웃과 소통도 하며, 몸도 마음도 따뜻한 겨울을 보내었으면 한다.

조민영 부산대학교 사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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