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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친인척 비리
대통령 친인척 비리
  • 승인 2008.12.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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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 개입해 경제적 이득을 취한 혐의로 2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앞서 1일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12시간 가까이 대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노 씨는 빠르면 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검찰은 이와는 별도로 노씨와 친분이 깊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해서도 김해 본사 압수수색에 이어 박 회장을 조만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도 노씨가 일부 연루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여권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참여정부의 권력형 비리’로 몰아가는 분위기지만,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봐야한다는 게 중론이다. 노씨가 사건 관련자들에게 부적절한 도움을 주는 대신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을 권력형 비리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우리나라 정치사의 또 다른 ‘생채기’다. 아이러니한 얘기지만 역사도 꽤 깊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5공화국은 친인척 비리의 ‘종합세트’라 할만 했다.

 전 전 대통령의 동생 경환씨와 형 기환씨, 사촌형 순환씨와 사촌동생 우환씨가 횡령이나 수산시장 운영권 강탈 및 금품과 뇌물수수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처가 쪽에서도 비리행각이 터져 나왔다. 처삼촌인 이규광 당시 광업진흥공사 사장이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어음사기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고, 처남 창석씨가 탈세 및 횡령혐의로 구속되면서 양 가족이 모두 부정부패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는 전대미문의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터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6공화국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가 외화밀반출 혐의와 국방부 장관 비리사건의 인사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고종사촌 처남인 박철언 전 장관은 슬롯머신 사건으로 쇠고랑을 찼다.

 문민정부인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는 차남 현철씨가 증여세 포탈 혐의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사촌처남 손성훈씨도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을 면치 못했다.

 국민의 정부인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서는 차남 홍업씨와 3남 홍걸씨가 금품수수와 증여세 포탈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인 김옥희씨가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청탁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고,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도 재벌 2.3세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상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는 이들 사건에 비해 범위가 좁고 늦게 불거졌지만, 참여정부가 그 어느 정권보다 도덕성을 강조했던 점에 비춰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어느 정권에서나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터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학자들은 가족주의와 대통령중심제, 그리고 권력을 이용해 치부하려는 비뚤어진 기업문화 등 세 가지를 들고 있다.

 가족 간에 서로 의지하려는 가족중심주의가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묵인하거나 방조하고,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중심제가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친인척 개인의 도덕적 차원을 넘어 제도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크다는 말이다.

 우선 대통령이 친인척 비리 척결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갖고 청와대에 전담 비서관을 두는 방안이 가장 빠르다.

 대통령중심제의 폐해는 18대 국회 초부터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논의와 맞물려 있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 경우 부적절한 금품을 받은 사람보다 이들을 이용해 ‘큰 건’을 올리고자 하는 사람을 더 엄하게 다스리는, 이를테면 ‘대통령 친인척 비리 특별법’을 만드는 방안은 어떨까 싶다.

박유제 서울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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