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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
국회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
  • 승인 2008.12.0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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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를 살려 민생을 보듬겠다는 국회가 여야 간 정쟁과 기싸움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예산안 처리가 헌법에 명시된 법정 시한을 넘기면서 국회 스스로가 위헌을 밥먹듯 되풀이하는 처지에 이르렀고, 각종 민생ㆍ경제 법안은 아예 심의대상에 오르지도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18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는 문을 연지 석달이 지났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식물국회`, `불임국회`라는 오명을 자초하는 실정이다.

 미국발 세계적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까지 번지면서 IMF때보다 더 심각한 체감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마당에 국민이 국회의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떤 심정을 갖는지를 의원들은 생각해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 의결을 규정한 헌법 조항으로 볼 때 법정 시한은 12월 2일이지만 현재로서는 처리 난망이다. 가까스로 계수조정소위원회가 활동에 착수한데다 복잡한 예산 심의절차를 감안하면 법정 시한이나 정기국회 회기(12월 9일) 내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국회가 법정 시한을 지켜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1990년 이래 불과 5차례에 불과할 뿐 나머지 14차례는 헌법을 위반했고, 그중 11차례는 임시국회에서 처리됐으니 입법부가 드러내놓고 헌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 온 셈이다. 올해 역시 여야 간 정쟁과 대치정국으로 예산안이 또 늑장처리될 운명이다보니 헌법 정신이 찌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더구나 금융위기가 세계적 경기침체로 확산되면서 정부가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정예산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여야 합의를 거쳐 통과시키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상황 변동에 따른 예산안의 2차 수정을 고집하는 민주당과 수정예산안의 강행처리 입장인 한나라당 간에 물리적 충돌이라는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니 국민의 가슴은 더욱 답답하기만 하다.

 예산안 말고도 얼마전 위헌결정이 난 종합부동산세법을 비롯해 소득세, 법인세, 상속ㆍ증여세 등 예산부수법안과 사이버모욕죄, 통신비밀보호법 등 소위 `MB(이명박 대통령) 개혁법안` 역시 지지부진 속에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니 `국회 무용론`이 제기될 만도 하다.

이러다간 공청회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법안 처리시한에 쫓겨 `날치기` 처리의 악습이 되풀이되는 게 아닌지 염려스러울 지경이다. 오죽하면 이 대통령마저도 "내년부터는 경제살리기를 위한 본격적인 개혁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예산안이나 법안들이 시원스럽게 국회에서 통과돼야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겠는가.

 이런 사정임에도 여야는 그 흔한 원내대표 간 물밑접촉 등도 시도해보지 않은 채 힘겨루기만 계속하고 있다. 여권내 역학 구도 등으로 가뜩이나 모래알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정략적 의도에서 국정을 훼방놓고 있다면서 예산안 강행 처리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원칙 고수와 투쟁 불사의 입장을 고집하며 `대안 정당`으로서의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간 충돌과 극한 대결로 예산안과 법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여야가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도 헤쳐나가기 벅찬 경제난 속에서 국회마저 정쟁으로 날을 지샌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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