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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젊은이의 양지
[기고] 젊은이의 양지
  • 승인 2008.12.0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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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출발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드디어는 실물경제 역시 깊은 불황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 경제가 하나로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에서 우리 나라도 예외일 수 없으며 시시각각 전해지는 국내외의 경제소식들은 한결같이 비관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형편이 이러하니 경제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필자처럼 경제 시장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사람들도 긴장감을 피할 수 없다.

 모두가 오늘을 힘들어 한다. 내일이 불확실하므로 더욱 힘들다. 다같이 어렵지만 특히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설상가상이라는 말로 표현해도 부족할 지경이다. 많은 기업체들이 내년도 채용계획을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기 된 마당에 이제는 그 별마저 사라져 버렸다. 별이 보일 때에는 내 손에 별이 들어오든, 그렇지 못하든 간에 최소한 별이 있음은 알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왜 우리의 내일이라고 치켜세우던 젊은 세대들이 절망만을 안은 채 사회에 내던져지게 되었는가? 유식하고 똑똑한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그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 패러다임의 변화, 고용 시장의 변화 등등 각종 경제용어, 심리학 용어, 사회학 용어들을 동원하여 우리의 젊은 세대가 처한 상황을 쉽고도 어렵게 설명하고 있다. 세대 내에서의 투쟁, 세대 간의 투쟁, 소비문화의 변화에 따른 생산패턴의 변화, 고용시장에서의 경제법칙 운운하며 극히 논리적이고 학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과 해설이 너무 많아 지금은 출판계에서 하나의 시장을 이루고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설명과 해설은 이제는 식상하다.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입장에서 접근해보자. 내 자식이 대학을 나와 제 밥벌이를 못하고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겠는가? 어떤 부모가 취직을 못하고 있는 자식에게 경제적, 사회적 용어를 들먹이며 그 이유를 설명하겠는가? 아무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식들에게 그 어떠한 것이 되었던 조금 더 줄 수 있는 방법과 기회를 고민할 것이다.

 얼마 전 취업에 실패한 한 여학생의 푸념이 신문에 소개되었다. "어학연수, 토익, 실무경험, 봉사활동 등등의 조건을 만족시키느라 정말 고생했어요. 돈도 많이 쓰고…그러나 떨어졌죠. 그런데 그깟 말단 신입사원하나 뽑으면서 뭐 그렇게 요구하는 것이 많나요?" 그동안 우리가 취업시장에서 젊은이들을 괴롭힌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가학증세를 보는 것 같다.
 심층면접을 한답시고 지원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토론을 벌이게 하는 장면은 칼만 없을 뿐이지 로마시대에 검투사들의 피 뿌리는 싸움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은 우리의 가족이다. 내 가족이라면 집안이 아무리 궁핍하더라도 입히려 하고 먹이려 한다. 물론 줄 수 있는 것은 부족할 것이다.

 또한 정상적인 부모라면 입을 덜기 위해, 제 자식을 가정 밖으로 내쫓는 구조조정도 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가족이라는 개념을 이제는 우리 사회로 확장시켜야만 할 것이다. 물론 한 사회가 이처럼 순진난만한 발상을 그대로 받아들일리는 없다. 그러나 각종 제도를 마련함에 있어 의식적으로 가족의 개념, 포용의 개념을 접목시킴이 필요할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해묵고 진부한 복지제도 운운의 개념이 아니다.

 최소한 우리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출발은 할 수 있게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그들에게 출발조차 못하게 하고 하늘의 별마저 가리우게 하고 태양의 빛남도 볼 수 없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조 현 인제대학교 보건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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