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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도 허비않는 미국과 갈팡질팡 한국
1분도 허비않는 미국과 갈팡질팡 한국
  • 승인 2008.11.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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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업이 경제의 내관이라지만 제조업 경기도 썩 좋지 않다. 한국은행이 2150개 제조업체를 조사ㆍ분석한 11월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4로 전달보다 13포인트나 빠졌다. 환란의 여파로 체감경기가 바닥을 친 1998년 3분기의 47 이후 최저다. 그런데도 상황은 더 나빠진다니 걱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1564개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내년 1분기의 BSI 전망치는 이번 분기보다 24포인트나 하락한 55로 1998년 3분기의 61에도 훨씬 못 미쳤다. 비단 중소기업과 내수기업만 어려운 게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12월 업황 전망 BSI는 52와 51로 각각 전달보다 16포인트와 18포인트가 추락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미국발 금융 위기에서 비롯된 실물경제 침체의 쓰나미가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는 터에 `소규모 개방 경제` 체제인 대한민국만 안전지대로 남아있을 리 없다. 기획재정부는 10월만 해도 5% 전후의 성장을 내다봤으나 이달 초순의 4% 내외를 거쳐 지금은 2% 후반까지 낮췄고 까딱하면 1%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흘리는 실정이다.

 이 정도면 우리 처지가 어떻고 앞으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는 자명하다. 그렇다면 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은 아무리 서둘러도 빠르지 않은 셈이다. 과거 IMF 때와는 달리 경기 침체가 외생 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우리의 대응에 많은 제약이 따르고 한계도 있기 마련이나 나름대로 강구해 볼 수단이 있다면 다 시도해 봐야 한다. 우선 경제 위기의 시발점인 금융 위기부터 확실히 제압해야 한다. 돈을 아무리 풀어도 기업들에 스며들지 않는 `돈맥경화`의 원인과 해법부터 정확히 제시하고 국제 공조와 경상수지 관리 등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 아울러 내수 부양을 위한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도 시급하다. 부동산 `세금폭탄`과 수도권 규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를 확 풀어 경제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시설 투자와 인턴제 및 훈련 확대 등을 통한 고용 창출이 요긴하고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푸드스탬프제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실제 돌아가는 양상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정책 조율 하나 제대로 못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정부도 그렇지만 걸러지지 않은 개인 의견을 마치 집권당의 정책인 양 저마다 쏟아내는 여당도 아마추어이긴 매한가지다. 야당은 야당대로 대안도 없이 국민 편가르기와 국정 발목잡기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으니 그야말로 4분5열이요 갈팡질팡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분도 허비할 여유가 없다"며 `경제드림팀`부터 가동하고 "경제에 전기충격을 줄 만큼 아주 크며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시장의 박수를 받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한때 미국 자동차산업 지원 여부를 놓고 대치하기도 했으나 금융계에 대한 7500억 달러 공적 자금 투입 결정에 이어 8000억 달러 규모의 가계ㆍ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놓는 등 위기 극복에 여야가 따로 없는 것도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번 위기는 잘만 대응하면 우리가 선진국으로 성큼 도약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너나 없이 똘똘 뭉쳐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후손에게 더 나은 조국을 물려줄 수 있는 황금 기회이기도 하지만 지리멸렬을 거듭하다간 끝내 경제가 나락에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결과가 닥칠 것인가는 순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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