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와 지역을 불문하고 최적의 인물을 배치하겠다는 오바마의 용인술과 경제위기 대처능력도 일단은 돋보인다. 재무장관에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를 낙점한데 대해 시장은 환호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당면 금융위기를 가장 잘 타개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위기의 한 가운데에서 당장 불을 끌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갖춘 인물이 지명됐다는 믿음을 시장에 줬다는 평가다.
앞으로 2년간 2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의 발표도 미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금융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실물경제가 침체 위기에 놓인 가운데 사회간접자본의 대규모 보수와 재건, 중산층 및 저소득층 감세, 그린에너지 촉진을 골자로 한 `오바마노믹스`에도 시동이 걸렸다.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출범하는 오바마 정권이 역사에 성공한 것으로 기록될지는 아직 점치기 힘들다. 경제위기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 산적한 난제들이 워낙 많아 오바마 정권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힘들고 불안할 때일수록 국민들은 희망과 신뢰를 갈구하게 마련이다. 새 대통령은 갈라진 나라를 하나로 묶어 화합시킬 것이란 믿음, 새 정부는 틀림없이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국민들은 간절히 원한다. 오바마 당선자의 행보는 미 국민들에게 이런 믿음과 희망을 심어주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성공은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해서도 중요하기에 오바마가 펼치는 새로운 정치와 경제 노선이 성공을 거두길 세계는 기원하고 있다.
오바마의 행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크다. 우선 그의 파격 인사가 예고하는 변화를 잘 읽고 대처해야 한다. 힐러리 국무장관이 어떤 한반도 정책을 펼칠지 재빨리 파악해 빈틈없는 공조와 협력체제를 갖추는 게 급선무다. 가이스너 재무장관이 펼칠 정책 역시 미국뿐 아니라 한국경제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미친다. 가이스너가 이끄는 미국 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한국과의 정책은 어떻게 가져갈지 면밀한 분석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보다 크게는 우리 정치와 정부가 과연 국민들에게 희망과 신뢰를 주고 있는지 자성해볼 일이다. 정당간에는 물론 같은 당끼리도 지리멸렬한 정치권의 모습에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연일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곤두박질치는데도 속수무책인 정부에도 거의 기대를 접었다. 유례없는 경제위기에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제대로 대처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의심스럽다. 우리 국민들이야 말로 지금 희망을 주는 통합의 정치, 경제위기의 터널 속에서 한 줄기 빛이라도 비춰줄 수 있는 믿음직한 정부를 갈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