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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장관과 ‘호모 안들리우스’
강만수 장관과 ‘호모 안들리우스’
  • 승인 2008.11.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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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수도 서울의 기온은 영하7도를 기록했다.

체감온도가 영하10℃쯤 되었다고도 한다. 그래도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한파 보다는 나았을 성싶다.

바람까지 불면서 하루 종일 을씨년스런 날씨가 계속됐지만, 청와대 옆 청운동사무소 주변에서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한 시민단체 기자회견이 있었다.

종합부동산세 ‘안락사’ 반대와 강 장관의 퇴진 등을 요구하는 참여연대 기자회견은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퍼포먼스까지 진행됐다.

이들은 회견이 끝난 뒤 종부세 취지를 살리고 강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청와대와 국회, 정부부처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종부세 무력화는 정부와 여당, 여당과 여당 일부, 여당과 야당, 야당과 시민단체의 이견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강 장관의 사퇴는 사실 일반화된 분위기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도 강 장관 사퇴에 상당한 무게가 실렸다. 여당 지도부에서조차 강 장관의 사퇴를 간접 요구한 바 있다.

지난 13일에는 김정권 의원도 ‘낙제 장관’의 교체를 사실상 촉구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대통령실 예산심사에 앞서 배포한 질의서를 통해 “업무평가 저조, 국회 경시태도, 품위손상으로 인한 헌정질서 훼손 인사에 대해서는 묵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장관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질의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경질해야할 대상자는 강 장관으로 귀결된다.

야권에서도 김 의원의 장관경질 주장을 단순히 의원 개인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김 의원이 여당인 한나라당의 원내대변인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말연시 개각불가’ 한 마디에 파묻혀 버리기는 했지만, 청와대와 정부 일각에서도 강 장관 사퇴를 통한 민심수습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선진국에서는 상황이 이쯤 되면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장관을 벌써 해임하고도 남았을 터지만, 이 대통령과 강 장관은 까딱도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다.

10여년전 필자는 한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밀어붙이기식’ 행정과 여론배제 성향을 두고 ‘호모 안들리우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물론 공식적인 학명은 아니지만, 다른 여러 사람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유형의 사람을 빗댄 표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부여당은 유독 ‘소통’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취임 당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역시 전당대회에서 ‘소통의 고속도로’를 뚫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국민과의 소통의 고속도로’를 뚫기 위해 ‘설계착수’라도 했는지 의아해 한다.

아쉽지만 ‘소통’이라는 표현조차 잊어버렸다는 말도 나온다.

심지어 부유층을 향한 ‘소통의 고속도로’는 대통령 취임식이 곧 개통식이었다고 일갈하기까지 한다.

반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소통의 고속도로’는 흙먼지 휘날리는 비포장 국도로 방치되어 있다는 말이다.

강 장관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봐야 한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결정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도 강 장관도 ‘호모 안들리우스’다. 여당 대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박유제 서울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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